한국의 신화와 전설

한국 신화 3. 천지왕본풀이 | 대별왕과 소별왕은 왜 이승과 저승의 왕이 되었을까?

신화기담 호월 2026. 8. 27. 13:00

천지왕본풀이(Cheonjiwangbonpuri / 天地王本解〈ポンプリ〉)는 창세신화의 면모를 보이는 제주 무속신화입니다.

대별왕(Daebyeolwang)소별왕(Sobyeolwang)이라는 두 형제가 아직 완전히 정돈되지 않은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고, 이승법과 저승법을 두고 겨루다가 서로 다른 세계를 맡게 되는 내력을 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꽃 내기에서 우세했던 대별왕은 왜 저승을 맡게 되었을까요?

이번에는 그 앞의 이야기부터 차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 「천지왕본풀이」는 여러 심방과 채록본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다르게 전해집니다.
이번 본편은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에 수록된 정주병 구연 「천지왕본풀이」를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다른 이본의 사건은 본편에 합치지 않았으며, 문장과 장면 연결은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어로 다듬었습니다.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

아직 세상의 질서가 지금과 같지 않던 때였습니다.

 

하늘에는 해가 둘이었습니다.

달도 둘이었습니다.

두 해가 비추는 낮은 너무 뜨거웠고, 두 달이 뜨는 밤은 너무 추웠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아가기에는 아직 세계가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 무렵 천상의 왕신 천지왕(天地王 / Cheonjiwang)이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해 하나와 달 하나를 삼켰습니다.

 

천지왕은 이 꿈을 두 자식을 얻게 될 징조로 받아들이고, 인연을 맺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천지왕이 만나게 된 여인이 총명부인이었습니다.


모래가 섞인 쌀

천지왕을 맞은 총명부인의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천지왕에게 올릴 밥을 지을 쌀조차 부족했습니다.

 

총명부인은 같은 마을의 부자인 수명장자에게 쌀을 빌리러 갔습니다.

하지만 수명장자는 빌려주는 쌀에 흰 모래를 섞었습니다.

총명부인은 모래가 섞인 쌀을 여러 번 씻어 밥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천지왕이 첫 숟가락을 들자 돌이 씹혔습니다.

천지왕은 어째서 밥에 돌이 들어 있는지 물었습니다.

 

총명부인은 수명장자에게 쌀을 빌려온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제야 수명장자의 부정한 행동이 드러났습니다.

 

수명장자 징치가 이어진 뒤 천지왕과 총명부인은 부부의 인연을 맺습니다.

정주병 구연에는 천지왕이 수명장자를 징치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수명장자의 악행과 벌은 그 자체로도 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대별왕과 소별왕의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 자세한 과정은 남겨두겠습니다. 추후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두 아들의 이름

천지왕은 다시 하늘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떠나기 전, 앞으로 태어날 두 아들의 이름을 일러두었습니다.

 

큰아들은 대별왕.

작은아들은 소별왕.

그리고 훗날 두 아이가 아버지를 찾을 때 증표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씨앗을 남겼습니다.

 

천지왕은 그렇게 하늘로 돌아갔고, 총명부인은 두 아들을 낳았습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어머니 곁에서 자라났습니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두 형제

시간이 흘러 두 형제는 글을 배우고 활을 익힐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어머니에게 돌아와 아버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총명부인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하늘의 천지왕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지왕이 남기고 간 씨앗들을 내어놓았습니다.

그것이 아버지가 남긴 증표였습니다.

 

두 형제는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러자 땅에서 줄기가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줄기였으나 줄기는 계속 자랐습니다.

 

더 높이.

또 더 높이.

 

마침내 줄기는 하늘 높이 뻗어 천상까지 이어졌습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그 가지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가며 위로 올라간 두 형제는 마침내 천상에 도착했습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이 아버지를 찾게 되는 계기와 과정은 「천지왕본풀이」의 이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전승에서는 형제의 성장 과정이나 부친 탐색의 동기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번 본편에서는 정주병 구연의 흐름만 따릅니다.


아버지는 없고 용상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천지왕은 없었습니다.

두 형제가 발견한 것은 주인 없는 용상이었습니다.

천지왕이 앉던 자리였습니다.

 

땅에서부터 자라난 줄기는 그 용상의 뿔에까지 감겨 있었습니다.

두 형제는 아버지를 찾아 먼 길을 올라왔지만 천지왕과 직접 마주하지는 못했습니다.

 

형제들이 용상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왼쪽 뿔이 부러져 지상으로 떨어집니다.

전승은 이 사건을 용상의 한쪽 뿔이 없는 까닭과 연결합니다.

 

지상의 하늘에는 여전히 해가 둘.

달도 둘이었습니다.

천지왕은 어디에 있었을까?
대별왕과 소별왕은 아버지인 천지왕을 찾아 천상까지 올라가지만, 정주병 구연에서는 정작 천지왕과 직접 만나지 못합니다. 형제들이 발견하는 것은 천지왕이 앉던 용상뿐입니다. 다만 천지왕이 왜 그 자리에 없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는 이 전승에서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용상의 왼쪽 뿔은 실제로 없었을까?
정주병 구연에서는 용상의 왼쪽 뿔이 부러져 땅으로 떨어졌고, 이를 임금의 용상에 왼쪽 뿔이 없다는 이야기와 연결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신화 속 기원담으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 역사상의 모든 왕실 용상이 한쪽 뿔이 없는 형태였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기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해와 달을 조정했을까?
형제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천상으로 올라왔지만, 정주병 구연에서는 천지왕을 만나지 못한 뒤 곧바로 두 개씩 있던 해와 달을 조정하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왜 형제들이 이 일을 맡게 되었는지, 아버지를 찾는 일과 일월조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전승에서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둘 사이에 별도의 임무나 이유가 있었다고 덧붙이지 않는 편이 정확합니다.

다른 이본과의 차이는 아래서 정리하겠습니다.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을 하나씩 남기다

두 해와 두 달은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지나친 더위와 추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이 문제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형제는 천근 활과 백근 화살을 마련해 두 개씩이던 해와 달을 조정합니다.

두 해와 두 달 가운데 하나씩을 남기고 나머지를 활로 물러나게 합니다.

그렇게 두 개씩이던 해와 달은 하나씩 남게 됩니다.

 

그리고 정주병 구연의 이야기는 다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이번에는 대별왕과 소별왕이 이승법과 저승법의 차지를 두고 겨루기 시작합니다.
두 형제 모두 이승법을 원했습니다.

 

결국 두 형제는 승부를 통해 그 차지를 정하기로 합니다.

해와 달을 정리하는 일월조정은 여러 「천지왕본풀이」 계통에서 나타나지만, 누가 어떤 방법으로 조정하는지와 사건의 위치는 이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정주병 구연에서 확인되는 두 형제와 활·화살의 일월조정만 이야기했습니다.

누가 형제에게 이승과 저승을 나눌 권한을 주었을까?
정주병 구연에서는 대별왕과 소별왕이 이승법과 저승법을 두고 경쟁하지만, 천지왕이 두 형제에게 직접 통치권을 나누라고 명령하는 장면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형제들이 왜 이 권한을 갖게 되었는지도 별도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른 이본에서는 천지왕이 경쟁에 더 직접 개입하거나 꽃 내기를 제안하는 형태도 있어, 판본에 따라 부친 천지왕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의 두 수수께끼와 반문

처음 선택한 방법은 수수께끼였습니다.

 

대별왕이 먼저 문제를 냈습니다.

어떤 나무는 늘 잎을 지니고, 어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는 까닭이 무엇이냐는 문제였습니다.

소별왕은 나무의 속이 차고 빈 차이를 들어 답했습니다.

그러자 대별왕은 속이 비었으면서도 푸른 잎을 지닌 대나무와 갈대를 들어 다시 반박했습니다.

 

첫 번째 문답이 끝난 뒤 대별왕은 두 번째 문제를 냈습니다.

높은 곳의 풀은 짧고 골짜기의 풀은 길게 자라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소별왕은 봄비가 내리면 높은 곳의 흙이 아래로 흘러가므로 골짜기의 풀이 더 잘 자란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대별왕은 그 답을 다시 반박합니다.

그 설명대로라면, 왜 사람의 머리털은 길게 자라는데 발등의 털은 짧으냐고 묻습니다.

 

정주병본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소별왕이 이 반문에 적절히 답하지 못하면서 수수께끼 승부가 대별왕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정리합니다.

그렇게 수수께끼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승법과 저승법의 차지를 정하는 경쟁은 아직 이어졌습니다.


꽃으로 이승법을 가리다

수수께끼가 끝난 뒤 소별왕은 이번에는 꽃을 심어 승부하자고 제안합니다.

 

이번 내기의 규칙은 분명했습니다.

꽃이 잘 자라 번성하는 쪽이 이승법을 맡고,

시드는 꽃을 피운 쪽이 저승법을 맡기로 했습니다.

두 형제는 꽃씨를 얻어 여러 그릇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꽃이 자라기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의 꽃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대별왕의 꽃은 힘 있게 자랐습니다.

줄기는 생기를 머금었고 꽃은 번성했습니다.

반대로 소별왕의 꽃은 점점 힘을 잃었습니다.

꽃잎은 생기를 잃고 시들어갔습니다.

 

현용준 자료에 나오는 ‘검뉴울꽃’(원문 표기: 검뉴울꼿)은 주석에서 ‘이우는 꽃’, 곧 시들어가는 꽃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죽음의 꽃’이나 ‘저승의 꽃’ 같은 고정된 상징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앞의 결과였습니다.

대별왕의 꽃은 번성하고, 소별왕의 꽃은 시들며,

수수께끼 승부와 꽃 승부를 본다면 이승법은 대별왕의 차지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의 꽃 내기와 결과 뒤집기는 여러 「천지왕본풀이」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경쟁 화소입니다. 다만 꽃의 명칭이나 수수께끼와 꽃 내기의 세부, 영역을 나누는 방식에는 구연별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본편의 세부는 정주병 구연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잠으로 겨루자”

그때 소별왕이 다시 제안했습니다.

이번에는 잠을 겨루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형제는 꽃을 곁에 두고 잠에 들기로 했습니다.

대별왕은 눈을 감았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소별왕 역시 겉으로는 잠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잠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주병 구연에서는 소별왕의 모습을 겉눈은 감고 속눈은 뜬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소별왕은 형이 잠든 것을 살폈습니다.

대별왕 앞에는 번성한 꽃이 있었습니다.

자기 앞에는 시들어가는 꽃이 있었습니다.

 

소별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꽃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형 앞의 번성한 꽃을 자신의 앞으로.

자신의 시든 꽃을 형 앞으로.

꽃의 자리만 달라졌지만 그 작은 변화 하나로 승부의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뒤바뀐 꽃을 본 대별왕

소별왕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얼마 뒤 대별왕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는 잠들기 전과 달라진 꽃의 결과를 확인합니다.

자신의 앞에는 시들어가는 꽃이 놓여 있었습니다.

소별왕 앞에는 번성한 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천지왕본풀이는 여기서 형제가 다시 힘으로 싸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별왕이 소별왕의 꽃을 다시 빼앗았다는 이야기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왜 대별왕이 이승을 강제로 되찾지 않았는지 신화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동생을 용서했다고도,

형제애 때문에 양보했다고도,

저승을 더 원했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뒤 대별왕이 소별왕에게 이승의 모습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입니다.


소별왕이 맡게 될 이승

대별왕은 소별왕이 차지할 이승의 법이 혼탁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곳에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

역적이나 도둑도 생깁니다.

자신의 배우자를 두고 다른 사람의 배우자를 탐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승은 완전하게 맑은 법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대별왕은 자신이 저승법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현용준 자료를 인용한 학술 연구에서는 대별왕이 맡는 저승의 법을 이승과 대비되는 맑은 법으로 묘사합니다.

이렇게 소별왕은 이승법을 맡고, 대별왕은 저승법을 맡았습니다.


소별왕은 이승으로, 대별왕은 저승으로

천지왕본풀이는 이렇게 세계의 여러 질서를 하나씩 나누어 놓습니다.

두 개였던 해와 달은 하나씩 남고,

이승과 저승도 서로 다른 왕에게 돌아갔습니다.

 

혼란스럽던 세계에 하나씩 자리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꽃 내기의 결과를 뒤집은 소별왕이 다스리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승만큼은 완전한 질서의 세계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 뒤의 「천지왕본풀이」

천지왕본풀이는 하나의 이야기로 전해지지 않았다

앞에서 읽은 이야기는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에 수록된 정주병 구연 「천지왕본풀이」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천지왕본풀이에는 하나의 정본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 심방의 구연 자료가 남아 있으며, 부친 탐색의 계기, 수명장자의 비중, 일월조정의 방식과 위치, 수수께끼의 내용과 승패, 이승을 차지한 이후의 이야기도 이본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이본의 내용을 정주병본에 이어 붙이지 않았습니다.


왜 정주병 구연을 중심으로 했을까?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을 읽을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같은 자료집 안에서도 앞선 초감제·베포도업침은 안사인 심방의 구연, 이어지는 「천지왕본풀이」는 정주병 심방의 구연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두 부분을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구연한 하나의 고정된 이야기처럼 합쳐서는 안 됩니다.

 

이번 본편 역시 안사인의 베포도업침을 정주병 천지왕본풀이의 앞부분처럼 붙이지 않고, 정주병 구연 자체에서 확인되는 사건의 흐름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다른 전승에서는 어떻게 이어질까?

비교 항목 정주병본 문정봉본 이무생본
천상에서 천지왕을 만나는가 만나지 못함. 빈 용상을 발견 직접 만남. 선녀와 천지왕의 제자를 거쳐 불려감 직접 만남. 하마석에서 놀던 형제를 통인이 알림
친자 관계 확인 직접 대면 확인 장면 없음 외조모·부모 이름을 묻고 향남빗을 맞춰 확인 외조모·부모 이름을 묻고 얼레빗 등 증표로 확인
용상 왼쪽 뿔 있음. 빈 용상과 연결된 기원담 비교 연구상 이 장면이 핵심 특징으로 언급되지 않음 비교 연구상 이 장면이 핵심 특징으로 언급되지 않음
이승·저승의 신직 천지왕에게 직접 받지 못함. 형제들이 스스로 이승을 두고 경쟁 천지왕과 직접 대면하므로 정주병본보다 부친 개입이 분명함 천지왕이 대별왕에게 이승, 소별왕에게 저승을 맡기려 함
경쟁의 이유 두 형제가 이승을 원해 경쟁 판본의 세부 경쟁 구조를 원문 기준으로 추가 확인 가능 소별왕이 천지왕의 배정을 따르지 않고 이승을 원해 경쟁 제안
일월조정 형제들이 함께 조정 형제들이 함께 조정 이승 차지 이후, 소별왕의 부탁으로 대별왕이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조정

 

세 전승을 비교하면 정주병본의 특징이 더 분명해집니다. 정주병본에서는 형제들이 아버지를 찾아 천상까지 올라가지만 천지왕을 만나지 못하고, 이야기는 빈 용상과 일월조정을 거쳐 이승법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문정봉본과 이무생본에서는 형제들이 실제로 천지왕과 대면하는 장면이 전해집니다. 따라서 정주병본에서 보이는 몇몇 서사적 공백을 모든 「천지왕본풀이」에 공통된 특징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왜 인간 세상은 완전하지 않을까?

전승에서 확인되는 사실

정주병 구연에서 대별왕은 소별왕이 맡게 될 이승에 살인과 역적, 도둑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인간관계의 무질서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자신이 맡는 저승법은 이승의 혼탁함과 대비되는 맑은 법으로 묘사됩니다.

따라서 소별왕의 부정한 이승 차지와 인간 세계의 혼란이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더 나아가 “소별왕이 세상의 모든 악을 만들었다.”거나

“소별왕 때문에 인간에게 죽음 자체가 생겼다.” 라고 하면 원전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소별왕은 부정한 방식으로 이승법을 차지한 존재이지만, 절대적인 악신으로 규정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에서 읽어볼 수 있는 의미

이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당한 결과와 실제 통치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별왕이 승부에서 우세하였지만, 실제 인간 세계를 차지한 것은 소별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구조는 정당성 ≠ 실제 지배권이라는 역설로 읽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올바른 사람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고, 더 나은 결과를 낸 사람이 반드시 권력을 얻는 것도 아닙니다.

천지왕본풀이는 그런 인간 세계의 불완전성을 신들의 오래된 경쟁과 연결해 설명하는 신화적 장치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고대 제주 사람들이 현대적 의미의 정치 비판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이야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전승에서 확인되는 사실과 오늘날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의미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지왕본풀이는 왜 창세신화일까?

천지왕본풀이는 창세신화의 면모를 보이는 제주 무속신화입니다.

여기서 창세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정주병 구연에서 해와 달은 처음에 둘씩 존재합니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그것을 하나씩 남기며 하늘의 질서를 정돈합니다.

이후에는 이승법과 저승법도 서로 다른 왕에게 나누어집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수와 자리, 역할이 정해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천지왕본풀이의 창세적 성격은

무 → 유

뿐 아니라

혼돈 → 분화 → 배치 → 질서

라는 과정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서가 생겼다고 인간 세상까지 완전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어떻게 설명하는가가 천지왕본풀이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꽃 내기가 또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함경도 지역의 「창세가」에서도 인간 세계를 차지하기 위한 꽃 피우기 경쟁이 전해집니다.

 

그곳에서는 대별왕과 소별왕이 아니라 미륵과 석가가 등장합니다.

꽃.

잠과 속임수.

그리고 인간 세계의 차지.

 

정당한 결과와 실제 지배자가 어긋난다는 점에서도 두 이야기에는 눈에 띄는 구조적 유사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기원이거나 어느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직접 전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는 다음 이야기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 — 「창세가」

제주의 천지왕본풀이에서는 소별왕이 잠든 형의 꽃을 바꾸어 이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에서도 비슷한 꽃 내기가 벌어집니다.

이번에는 미륵과 석가가 인간 세상을 두고 경쟁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꽃을 제대로 피운 존재가 인간 세계를 얻지 못합니다.

 

다음 한국 신화에서는 「창세가」의 미륵과 석가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차 채록 자료

  •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정주병 구연 「천지왕본풀이」
  • 제주 지역 「천지왕본풀이」 구연·채록 자료

학술 연구

  • 강소전, 「천지왕본풀이의 의례적 기능과 신화적 의미」
  • 「천지왕본풀이」의 이본과 전승 양상 관련 연구
  • 「천지왕본풀이」의 수수께끼와 인세차지 경쟁 관련 연구
  • 제주 창세무가의 꽃 피우기 경쟁 관련 연구

기관·전문 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천지왕본풀이」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관련 자료
  • 제주학 관련 연구기관의 제주 무속신화 자료

※ 대별왕의 저승법은 현용준 자료를 인용한 학술 연구에서 ‘맑고 청랑한 법’ 또는 ‘맑고 청낭한 법’ 계열로 전합니다. 다만 해당 표현은 현용준 원책의 해당 페이지를 이번 작업에서 직접 대조한 것이 아니라, 학술자료가 1차 채록 자료를 인용한 것을 통한 간접 확인으로 처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