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와 전설

북유럽 신화 5.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 | 왜 서로 전쟁했을까?

신화기담 호월 2026. 9. 9. 17:48

아스 신족(Æsir / アース神族)과 바니르 신족(Vanir / ヴァン神族)의 전쟁(Æsir–Vanir War)은 북유럽 신화(Norse mythology / 北欧神話)에서 잘 알려진 신족 간 충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전쟁은 굴베이그의 화형에서 전투와 화해, 인질 교환까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주는 하나의 원전에 완성된 이야기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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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여자, 무언가를 군세 속으로 날려 보내는 오딘, 무너지는 신들의 방벽, 그리고 서로 적이었던 두 신족 사이를 오가는 인질들.

오늘날에는 이 장면들이 하나의 전쟁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합니다.

 

굴베이그는 왜 공격받았을까요? 그 사건이 정말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을까요?

그리고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은 대체 왜 싸웠던 걸까요?

 

※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전쟁은 하나의 고정된 원전에 완성형으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번 본편은 먼저 《무녀의 예언》(Völuspá)의 굴베이그·헤이드·신들의 회의·오딘의 투척·방벽 장면을 따라갑니다. 이 시가 화해와 인질 교환을 이어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뒤에는 13세기 왕가사 〈윙글링가 사가〉의 별도 산문 전승으로 전환합니다. 다른 문헌의 차이는 후반 해설에서 구분하며, 일부 연결 문장은 이해와 몰입을 위한 재구성입니다.


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굴베이그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전쟁은 뜻밖에도 전쟁터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무녀의 예언》은 두 신족이 왜 서로 적대하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대신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에 앞서,

한 낯선 여인이 신들의 홀에서 공격받는 모습을 먼저 보여 줍니다.

 

그 여인의 이름은 굴베이그(Gullveig / グルヴェイグ).

 

창끝은 굴베이그를 향했고, 불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굴베이그는 세 번 불태워지고, 세 번 다시 태어났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살아 있었습니다.

불로 없애려 했지만 사라지지 않는 존재.

 

《무녀의 예언》의 전쟁 이야기는 바로 이 수수께끼 같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뒤에서,

또 하나의 수수께끼 같은 이름이 등장합니다.

불길 뒤에 나타난 헤이드

그 이름은 헤이드(Heiðr).

그런데 시의 표현이 조금 묘합니다.

 

단순히 “헤이드라는 여인이 나타났다”고 하지 않고,

“그녀를 헤이드라고 불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그녀’라는 연결 때문에 많은 번역과 해석에서는

앞에서 불태워졌던 굴베이그가 헤이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것으로 읽어 왔습니다.

 

헤이드는 사람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예언을 하고,

세이드(seiðr)라 불리는 주술을 행하는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무녀의 예언》에서 “굴베이그와 헤이드는 같은 존재다”라고 직접 나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여전히 작은 수수께끼가 남습니다.

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던 굴베이그.

그리고 곧이어 ‘헤이드라고 불린 그녀’.

 

두 이름이 정확히 어떤 관계였는지는 확정할 수 없지만,

시는 이 장면들을 연이어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다음, 시선은 다시 신들에게로 향합니다.

신들이 회의에 모인 것입니다.

신들은 무엇을 결정하려 했을까?

모든 신들이 심판과 회의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논의했는지입니다.

 

《무녀의 예언》의 해당 구절은 난해합니다.

대가와 몫, 신들의 권리나 부담을 둘러싼 논의로 읽을 수 있지만,

“아스 신족이 바니르에게 배상하기로 했다”거나,

“바니르도 똑같이 숭배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확정하기에는 원문이 너무 압축적입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굴베이그와 헤이드의 장면 뒤에서 신들이 모였고,

곧이어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폭발하듯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딘의 투척과 무너지는 아스의 방벽

회의 뒤, 장면은 갑자기 전장으로 넘어갑니다.

 

아스 신족의 중심에 있는 오딘(Odin / オーディン)이 무언가를 군세 속으로 날려 보냅니다.

무엇을 던졌는지 이름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진 뒤, 오히려 아스 신족의 방벽이 무너진 모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바니르의 이름이 전장의 들판과 함께 등장합니다.

 

안전해야 했던 신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다른 신들의 집단이 같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입니다.

《무녀의 예언》의 두 주요 사본은 이 대목의 세부 표현에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오딘이 던진 것이 ‘궁니르’라고 해당 연에 직접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자세한 판본 차이는 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신화의 가장 유명한 전쟁 장면인데도, 원전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친절하지 않습니다.

《무녀의 예언》이 멈추는 곳

방벽이 깨지고,
바니르의 이름이 전장의 장면과 함께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전쟁은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아스 신족이 반격했을까요?

바니르가 승리했을까요?

굴베이그 사건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것일까요?

신들은 언제 화해했고, 누가 인질이 되었을까요?

 

《무녀의 예언》은 이 질문들에 이어서 답하지 않습니다.

굴베이그와 헤이드, 신들의 회의, 오딘의 투척, 무너지는 방벽과 바니르의 등장.

강렬한 장면은 남아 있지만, 원인과 결말 사이가 비어 있습니다.

 

이 빈틈이 바로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전쟁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계속 읽으려면, 이제 다른 문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다른 문헌에서 이어지는 전쟁 — 〈윙글링가 사가〉

여기부터는 《무녀의 예언》의 ‘다음 장면’이 아닙니다.

13세기 왕가사 〈윙글링가 사가〉(Ynglinga saga / ユングリング家のサガ) 4장은,

이 전쟁을 훨씬 더 연속적인 산문 이야기로 전합니다.

 

그 이야기에서 오딘은 군대를 이끌고 바니르와 싸우러 갑니다.

바니르 역시 자신들의 땅을 지키며 맞섭니다.

 

어느 한쪽도 쉽게 상대를 꺾지 못했습니다.

싸움은 계속되었고, 양쪽은 번갈아 상대의 땅을 해치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남은 것은 승리보다 피로였습니다.

 

마침내 두 집단은 싸움을 멈추고 회담에 나섭니다.

결정적인 최종 승자가 상대를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서로 지친 두 세력이 평화를 선택한 것입니다.

전쟁을 끝낸 인질 교환

화해를 굳히기 위해 양쪽은 인질을 주고받습니다.

〈윙글링가 사가〉에서 바니르 쪽은 뇨르드(Njörðr / ニョルズ)와,

그의 아들 프레이르(Freyr / フレイ)를 아스 쪽으로 보냅니다.

 

아스 쪽에서는 회니르(Hœnir / ヘーニル)와,

미미르(Mímir / ミーミル)를 바니르 쪽으로 보냅니다.

 

또한 이 문헌에서는 바니르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존재로 소개되는,

크바시르(Kvasir / クヴァシル)가 아스 쪽으로 보내졌다고 전합니다.

 

전쟁터에서 맞섰던 두 집단 사이로 이제 신들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판본에서는 — 〈길피의 속임수〉(Gylfaginning / ギュルヴィたぶらかし) 23장은 바니르가 뇨르드를 보내고 신들이 회니르를 보내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더 짧게 전합니다. 〈윙글링가 사가〉의 더 긴 명단과 그대로 합치면 안 됩니다.

평화를 위해 보낸 인질, 다시 생긴 균열

그러나 인질 교환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니르 쪽으로 간 회니르는 지도자로 세워졌고,

곁에는 지혜로운 미미르가 있었습니다.

 

미미르가 함께 있을 때 회니르는 그의 조언을 받아 결정을 내렸지만,

미미르가 없으면 어려운 판단을 피했습니다.

 

바니르는 자신들이 교환에서 속았다고 의심했고,

결국 미미르의 머리를 베어 아스 쪽으로 보냅니다.

 

오딘은 돌아온 머리를 약초와 주문으로 보존하고 말하게 하여,

미미르에게서 비밀스러운 지식을 얻었다고 〈윙글링가 사가〉는 전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불신의 흔적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미르의 다른 전승과 오딘의 지혜 이야기는 이후 별도 포스팅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전쟁 뒤, 서로의 영역으로 들어간 신들

〈윙글링가 사가〉의 전후 세계에서는 경계가 이전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바니르 출신의 뇨르드와 프레이르는 아스 신족이 있는 사회 안에서 역할을 얻습니다.

 

바니르 출신의 프레이야(Freyja / フレイヤ) 역시 이 문헌에서,

아스 신족에게 세이드를 가르쳤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프레이야는 〈윙글링가 사가〉 4장의 명시적 인질 명단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전쟁 뒤에는 신들만 이동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식과 주술의 기술, 역할과 관계도 집단 사이를 건넜습니다.

 

다만 이것을 두 신족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거나,

고대인이 ‘화합의 교훈’을 전하려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화해 전승 — 〈시어법〉(Skáldskaparmál / 詩語法)에서는 신들과 바니르가 화해하면서 한 그릇에 침을 뱉고,
그 표징을 보존하기 위해 그 침에서 크바시르를 만듭니다.

하지만 〈윙글링가 사가〉의 크바시르는 이미 존재하는 바니르의 현자입니다.
두 전승을 하나의 연속 사건으로 이어 붙이면 안 됩니다.

 

그래서 누가 이겼을까?

현존 핵심 자료는 어느 한쪽의 최종 승리를 명시하지 않습니다.

 

《무녀의 예언》은 전쟁 조각을 남긴 채 결말을 말하지 않고,

〈윙글링가 사가〉는 장기전과 쌍방 피해 뒤 화해를 전합니다.

 

따라서 전쟁의 결과로 가장 분명하게 남는 것은 한쪽의 섬멸보다 인질과 인물, 지식의 이동입니다.

 

현존 자료가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것은 한쪽의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갈등 뒤 두 집단 사이에 인물과 지식이 오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야기 뒤의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전쟁

앞에서 읽은 이야기는 하나의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전쟁’이라고 묶어 부르는 이야기는,

여러 중세 문헌에 흩어진 전승층을 하나의 사건군으로 바라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무녀의 예언》 R본·H본

《무녀의 예언》은 굴베이그·헤이드·신들의 회의·오딘의 투척·아스의 방벽 파괴·바니르의 전장 관련 등장을 압축적인 시어로 전합니다.

 

《무녀의 예언》은 하나의 사본으로만 전해지는 작품이 아닙니다.
오늘날 주로 비교되는 두 주요 사본 가운데,

R본은 13세기 후반의 《왕의 필사본》(Codex Regius)에 전해지는 필사본이고,

H본은 14세기 초의 《하우크스북》(Hauksbók)에 전해지는 필사본입니다.


두 사본은 같은 《무녀의 예언》을 보존하고 있지만, 일부 표현과 연의 배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굴베이그 사건을 두 사본 모두 ‘세상 최초의 싸움’과 연결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오딘의 투척과 방벽 장면에서는 표현이 조금 달라집니다.

 

굴베이그가 공격받는 장면도 문법 형태에 차이가 있어,

누가 공격을 주도했는지를 한 사람이나 집단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윙글링가 사가〉 4장

〈윙글링가 사가〉는 오딘과 바니르의 장기전, 쌍방 피해, 회담, 인질 교환,

회니르와 미미르의 후일담을 가장 연속적으로 전하지만,

굴베이그와 헤이드, 《무녀의 예언》의 투척과 방벽 장면은 없습니다.

 

또한 신들을 인간적인 통치자와 제사장처럼 역사화하는 왕가사 문맥을 갖기 때문에,

《무녀의 예언》에서 빠진 ‘다음 장’으로 그대로 이어 붙여서는 안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문헌을 하나의 원전처럼 합친 것이 아니라,

《무녀의 예언》이 전쟁 장면에서 멈춘 뒤 출처가 바뀐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윙글링가 사가〉가 따로 전하는 장기전·화해·인질 교환 전승을 이어서 소개했습니다.

 

즉, 독자의 이해를 위해 사건을 한 흐름 안에 배치했지만,

두 문헌이 실제로 하나의 연속 이야기를 전한다고 본 것은 아닙니다.

〈길피의 속임수〉와 관련 에다시

〈길피의 속임수〉 23장은 뇨르드와 회니르의 교환을 짧게 전합니다.

또한 〈바프스루드니르의 노래〉 38~39〈로키의 말다툼〉 34~35도,

뇨르드가 바니르 쪽에서 신들에게 인질로 보내졌다는 사실을 독립적으로 보존합니다.

 

따라서 뇨르드 인질 전승은 비교적 강한 교차 증거를 갖지만, 전체 인질 명단은 문헌마다 같지 않습니다.

〈시어법〉과 크바시르

〈시어법〉은 전쟁 전체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신들과 바니르의 불화와 화해를 말한 뒤, 양쪽이 한 그릇에 침을 뱉어 크바시르를 만들었다고 전합니다.

 

반면 〈윙글링가 사가〉에서는 크바시르가 이미 존재하는 바니르의 현자입니다.

어느 하나를 없애기보다 서로 다른 화해 전승이 남아 있다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문헌별로 무엇이 남아 있을까?

《무녀의 예언》 R/H — 굴베이그, 헤이드, 신들의 회의, 오딘 투척, 방벽 파괴, 바니르의 전장 관련 등장. 화해·인질·최종 승자는 이어서 전하지 않음.

〈윙글링가 사가〉 4장 — 장기전, 쌍방 피해, 휴전, 인질 교환, 회니르·미미르 후일담. 굴베이그·헤이드·방벽 장면은 없음.

〈길피의 속임수〉 23장 — 뇨르드 ↔ 회니르 인질 교환과 화해. 전쟁 원인·전개는 생략.

〈시어법〉 — 화해 때 공동의 침에서 크바시르 탄생. 인질 교환과 전투 서사는 없음.

〈바프스루드니르의 노래〉·〈로키의 말다툼〉 — 뇨르드 인질의 독립 시적 증거. 전쟁 전체 줄거리는 없음.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은 왜 전쟁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존 핵심 자료만으로 하나의 명확한 전쟁 원인을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녀의 예언》에서 굴베이그의 공격과 반복 화형, 헤이드, 신들의 회의,

오딘의 투척과 방벽 붕괴 장면은 서로 가까이 놓여 있기 때문에, 

굴베이그 사건을 전쟁의 발단으로 읽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굴베이그를 공격했기 때문에 바니르가 분노하여 전쟁을 일으켰다”고 직접 전하지 않습니다.

후대 연구에서는 굴베이그를 프레이야와 연결하려는 해석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윙글링가 사가〉 역시 오딘과 바니르가 오랫동안 싸우고 서로 피해를 주다가 지쳐 화해했다고 전할 뿐,

왜 전쟁이 시작되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이 왜 전쟁했는지는 현존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전쟁 뒤의 인질 교환과 통합은 무엇을 의미할까?

원전에서 확인되는 사실

뇨르드가 바니르 쪽에서 신들에게 인질로 보내졌다는 사실은 여러 시와 산문 자료에서 교차 확인됩니다.

다만 전체 인질 명단은 문헌마다 다르고, 크바시르의 기원도 〈시어법〉과 〈윙글링가 사가〉에서 충돌합니다.

이야기 구조에서 읽을 수 있는 의미

전쟁의 후반부에는 상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결말보다 인물과 지식의 이동이 두드러집니다.

뇨르드와 프레이르가 아스 쪽으로 이동하고, 회니르와 미미르가 반대편으로 가며,

〈윙글링가 사가〉에서는 프레이야가 세이드를 아스에게 가르칩니다.

 

이런 구조를 보면 전쟁 뒤 두 집단의 경계가 다시 짜이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지만,

이것은 이야기 구조에서 읽을 수 있는 해석이지 고대인의 의도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문화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점

북유럽과 그 인접 지역에서 인질은 평화와 합의를 보증하고 대립 집단 사이에 관계를 만드는 정치·법적 장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배경은 신화의 인질 교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이야기가 실제 바이킹 시대의 특정 조약 의식을 그대로 기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어떻게 볼까?

오래된 연구에서는 이 전쟁을 서로 다른 종교적·사회적 집단의 충돌과 결합을 반영한 신화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니르가 정말 아스 신족과 뚜렷이 구분되는 하나의 독립된 신족 집단이었는지 자체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집니다.

 

따라서 ‘아스=전쟁·권력, 바니르=풍요·평화’ 또는 실제 두 민족의 전쟁이 그대로 신화가 되었다는 식의 한 줄 설명을 정설처럼 쓰기는 어렵습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점

이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가 이겼는지가 아닙니다.

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굴베이그, 깨진 방벽, 끝나지 않는 싸움,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진영으로 이동하는 신들.

 

이것을 고대 북유럽인의 확정된 평화관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보면 한 가지 질문은 남습니다.

 

신들의 세계에서 평화란 적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적이었던 존재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순간이었을까요?


관련 포스팅

북유럽 신화 4. 위그드라실 | 아홉 세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다음 이야기 — 북유럽 신화 6. 오딘은 왜 지혜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을까?

이번 이야기에서 오딘은 전쟁을 표지하는 수수께끼 같은 투척을 하고,

잘린 미미르의 머리를 보존해 지식을 얻는 인물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쟁의 장면에서 벗어나,

「북유럽 신화 6. 오딘은 왜 지혜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을까?」를 통해 오딘의 지혜 추구와 그 대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차 자료

- Edward Pettit, The Poetic Edda: A Dual-Language Edition, Open Book Publishers, 2023 — 《무녀의 예언》 R 21~24 / H 26~29, 〈바프스루드니르의 노래〉 38~39, 〈로키의 말다툼〉 34~35.

- Snorri Sturluson, Edda: Prologue and Gylfaginning, ed. Anthony Faulkes, Viking Society for Northern Research, 2005 — 〈길피의 속임수〉 23장.

- Snorri Sturluson, Edda: Skáldskaparmál, ed. Anthony Faulkes, Viking Society for Northern Research, 1998 — 크바시르 도입부.

- Snorri Sturluson, Heimskringla I: The Beginnings to Óláfr Tryggvason, trans. Alison Finlay and Anthony Faulkes, 2016 — 〈윙글링가 사가〉 4장.

2차 자료

- John McKinnell, “On Heiðr,” Saga-Book 25.4, 2001.

- Tommy Kuusela, “Halls, Gods, and Giants: The Enigma of Gullveig in Óðinn’s Hall,” 2019, 및 Eldar Heide, “Response.”

- Rudolf Simek, “The Vanir: An Obituary,” 2010.

- Frog & Jonathan Roper, “Verses versus the Vanir,” 2011.

- Clive Tolley, “In Defence of the Vanir,” 2011.

- John Lindow, “Vanir and Æsir,” 2020.

- Stefan Lennart Olsson, The Hostages of the Northmen, 2019.

- Georges Dumézil, “The Gods: Æsir and Vanir,”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