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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와 전설

《무녀의 예언》 7~16연 | 금이 부족하지 않던 신들의 세계에 왜 난쟁이 이름이 쏟아질까?

by 신화기담 호월 2026. 9. 20.

《무녀의 예언》(Völuspá)은 북유럽 신화(Norse mythology / 北欧神話)를 전하는 대표적인 에다 시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Codex Regius 기준 7~16연을 실제 원문 순서대로 읽습니다. 신들이 이다볼에 모여 건축과 제작을 시작하고 금이 부족하지 않은 가운데 판놀이를 하던 장면은, 곧 난쟁이의 형성 문제와 긴 이름 목록으로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지난 1편에서는 《무녀의 예언》 1~6연을 따라가며 원초적인 세계에서 대지와 미드가르드가 나타나고, 태양과 달과 별이 아직 제자리와 역할을 알지 못하는 상태를 거쳐, 신들이 시간의 구분에 이름을 붙이는 장면까지 읽었습니다. 이제 7~16연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전 글 보기 :

북유럽신화 원전 따라가기 1. 《무녀의 예언》 1~6연 | 원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적혀 있을까?

 

※ 《무녀의 예언》은 Codex Regius(R)와 Hauksbók(H) 등 서로 다른 전승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은 Codex Regius의 7~16연을 중심 본문으로 삼고, Hauksbók의 대응 구절과 스노리의 《신 에다》는 비교 자료로 분리합니다. 서로 다른 판본을 합쳐 하나의 본문처럼 만들지 않으며, 원전에 없는 심리·대사·외형은 덧붙이지 않습니다.


7연 — 이다볼에 모인 신들, 세계는 이제 무엇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Hittusk Æsir á Iðavelli

þeir er hǫrgr ok hof hátimbruðu

afla lǫgðu, auð smíðuðu

tangir skópu ok tól gørðu.

 

에시르 신들은 이다볼에서 만났다.

그들은 제단 또는 성소와 신전을 높이 세웠고,

화덕을 놓아 재물을 만들었으며,

집게와 도구를 만들었다.

1~6연에서 세계와 천체, 시간의 질서가 세워졌다면, 7연부터는 신들이 그 세계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들이 모인 곳은 이다볼(Iðavöllr)입니다.

[이다볼(Iðavöllr)은 어떤 곳일까?]
《무녀의 예언》에서 세계의 첫 질서와 새로운 질서를 이어 주는 장소처럼 보입니다만 이 의미가 원문에 직접 설명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시의 앞뒤 배치를 통해 읽을 수 있는 해석입니다. 또 스노리의 《신 에다》에서는 이다볼을 아스가르드 안의 신들의 회의·재판 공간으로 더 구체적으로 전하지만 이런 자세한 설정은 《무녀의 예언》보다 후대의 설명입니다.

R에서는 이곳에 hǫrgr와 hof(제단, 성소, 신전 등의 의미)를 세우고, 제작에 필요한 시설과 도구를 마련합니다.

7연이 보여 주는 것은 신들이 한곳에 모여 성소와 건물을 세우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흐름입니다.
세계가 단순히 만들어진 공간에서, 신들이 살아가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R7과 H7]
Hauksbók(H)의 같은 부분은 R과 표현이 다릅니다.
R에서는 hǫrgr와 hof를 세우는 장면이 나오지만, H에서는 ‘힘을 시험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는 의미의 표현이 나타납니다.

 

8연 — 금이 부족하지 않았던 신들의 판놀이

Teflðu í túni, teitir váru

var þeim vættergis vant ór gulli

unz þrjár kvómu þursa meyjar

ámátkar mjǫk, ór Jǫtunheimum.

 

신들은 뜰에서 판놀이를 하며 즐거워했다.

그들에게 금은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다 요툰헤임에서 매우 강대한 세 거인족 여성들이 찾아왔다.

 

7연의 제작 장면 뒤에서 분위기는 한층 느긋해집니다.
신들은 한곳에 모여 판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원문에 등장하는 tafl은 판 위에서 말을 움직이는 놀이를 뜻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어떤 게임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흔히 북유럽의 보드게임인 흐네파타플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 연만으로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금입니다.
시는 당시 신들에게 금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 장면 때문에 흔히 ‘신들의 황금시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무녀의 예언》 8연 자체가 이 시기를 ‘황금시대’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표현은 스노리의 《신 에다》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니 이 연이 직접 보여 주는 모습은 단순합니다.
신들은 즐거웠고, 판놀이를 했으며, 금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평온한 장면에 요툰헤임(거인족 요툰들의 세계)에서 온 세 여성이 나타납니다.
시는 이들의 이름도, 왜 찾아왔는지도 말하지 않습니다.
뒤에서 등장하는 우르드·베르단디·스쿨드, 곧 세 노른과 같은 존재인지도 밝히지 않습니다.
세 명이라는 숫자와 시의 배치를 근거로 둘을 연결하는 해석은 있지만, 이를 확정된 사실처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들의 등장 뒤에 신들의 회의와 난쟁이 이야기가 이어진다고 해서, 세 여성이 신들의 평화로운 시대를 끝냈고 그 결과 난쟁이가 생겨났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무녀의 예언》은 여러 장면을 차례로 보여 주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 모두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9연 — 신들은 왜 다시 회의했을까?

Þá gengu regin ǫll á rǫkstóla

ginnheilǫg goð, ok um þat gættusk

hverr skyldi dverga dróttin skepja

ór Brimis blóði ok ór blám leggjum.

 

그때 모든 신적 권능들이 회의석에 올랐다.

지극히 거룩한 신들이 그 일을 의논했다.

누가 브리미르의 피와 검푸른 뼈에서 난쟁이들의 우두머리를 빚을 것인가.

8연에서 세 여성이 나타난 뒤, 9연에서는 신들이 다시 회의에 모여 난쟁이와 관련된 문제로 회의를 합니다.

다만 여기서부터 원문은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원문에는 오딘이나 빌리, 베 같은 특정 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신 에다》에 나오는 것처럼 “오딘과 그의 형제들이 난쟁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이 구절의 직접적인 내용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재료를 가리키는 듯한 표현도 눈에 띕니다.

[R9와 H9]
R과 H는 ‘누가 난쟁이를 만들었는가’를 읽는 데 중요한 문법과 표현이 서로 다릅니다.
R에서는 브리미르(Brimir)라는 이름과 검푸른 뼈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나오지만, H에서는 다른 형태의 문장과 블라인(Bláinn)이라는 이름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브리미르는 이미르의 다른 이름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무녀의 예언》에서 둘을 동일한 존재라고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9연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신들이 회의에 모였고, 난쟁이의 형성과 관련된 문제가 논의되었다는 것, 그리고 피와 뼈를 연상시키는 재료 표현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일 뿐, 누가 정확히 무엇을 만들었는지, 브리미르가 누구인지, 이 장면이 이미르의 전승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9연만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10연 — 모츠소그니르와 두린, 난쟁이는 누가 만들었을까?

Þar var Mótsognir mæztr um orðinn

dverga allra, en Durinn annarr

þeir manlíkun mǫrg um gørðu

dvergar, ór jǫrðu, sem Durinn sagði.

 

거기서 모츠소그니르는 모든 난쟁이 가운데 으뜸이 되었고, 두린은 둘째였다.

그들, 곧 난쟁이들은 두린이 말한 대로 땅으로부터 많은 인간 형상을 만들었다.

이제 처음으로 난쟁이 가운데 뚜렷한 이름이 등장합니다.
모츠소그니르(Mótsognir).
두린(Durinn).
R은 모츠소그니르를 모든 난쟁이 가운데 mæztr, 곧 가장 으뜸인 존재로 놓고, 두린을 그다음으로 제시합니다.
이어지는 구절도 R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습니다.
þeir는 ‘그들’, dvergar는 ‘난쟁이들’입니다. 둘을 함께 읽으면 “그들, 곧 난쟁이들은”이라는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manlíkun은 ‘사람의 형상’, ‘인간과 같은 모습’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R에서는 난쟁이들이 두린의 말에 따라 땅으로부터 많은 ‘인간 형상’을 만들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바로 문제가 생기는데, 그 ‘인간 형상’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시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R10과 H10 비교]
R에서는 dvergar, ór jǫrðu​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대로 읽으면 ‘난쟁이들이 땅으로부터 인간 형상을 만들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Hauksbók에서는 표현이 dverga, í jǫrðu​로 달라집니다.
여기서는 난쟁이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쪽보다는, 오히려 난쟁이들이 ‘땅 속에서’ 만들어지는 대상으로 읽힙니다.

즉, 같은 장면을 전하면서도 R과 H의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난쟁이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판본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답만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구절에는 우리가 현대 판타지에서 익숙하게 떠올리는 난쟁이의 모습도 나오지 않습니다.
키가 작다거나, 긴 수염, 광산 같은 비슷한 내용도 없습니다.

《무녀의 예언》 10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츠소그니르와 두린의 위계, manlíkun이라는 ‘인간 형상’의 표현, 그리고 난쟁이와 땅을 연결하는 구절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난쟁이는 이미르의 시체 속에서 생겨난 구더기가 신들의 힘으로 인간의 모습을 얻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무녀의 예언》 9~10연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미르의 구더기’ 이야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설명은 스노리 스투를루손의 《신 에다》, 〈길피의 속임수〉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스노리의 《신 에다》에는 이미르의 살 속에서 구더기가 생겨났고, 신들의 결정으로 그 존재들이 지성과 인간의 형상을 얻었다고 나옵니다. 또한 난쟁이들이 땅과 돌 속에 산다는 내용도 함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스노리가 처음 만들어낸 이야기일까요?
그것 역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스노리는 《신 에다》를 쓰면서 여러 에다 시가와 스칼드 시, 당시 전해지던 신화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이미르의 살 속 구더기’라는 설명 역시 지금은 사라진 다른 전승에서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무녀의 예언》처럼 짧고 모호하게 전해지던 내용을 스노리가 하나의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정리하면서 자신의 해석을 더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자료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구체적인 난쟁이 기원 이야기가 《무녀의 예언》 9~10연에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11연 — 《무녀의 예언》의 난쟁이 이름 목록이 시작되다

Nýi ok Niði, Norðri ok Suðri

Austri ok Vestri, Alþjófr, Dvalinn

Bívǫrr, Bávǫrr, Bǫmburr, Nóri

Án ok Ánarr, Ái, Mjǫðvitnir.

 

난쟁이들 이름의 나열입니다.

10연까지는 그래도 ‘난쟁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라는 서사를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11연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며 13연까지 난쟁이들의 이름이 쏟아집니다.
Norðri, Suðri, Austri, Vestri처럼 북·남·동·서와 연결되는 비교적 투명한 이름이 연속해 등장합니다.

드발린(Dvalinn)처럼 다른 에다 전승에서도 중요하게 나타나는 이름도 있습니다.
봄부르(Bǫmburr)와 노리(Nóri)처럼 J. R. R. 톨킨(Tolkien)을 아는 독자에게 낯익게 느껴질 이름도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름의 뜻을 인물의 성격이나 직업으로 바꾸면 안 됩니다.

어원이 비교적 투명하다고 해서 그 난쟁이가 실제로 ‘북쪽을 담당했다’ 거나 ‘어떤 특정 직업을 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연이 직접 알려 주는 것은 이름뿐이고, 전기나 외형, 사건은 거의 없습니다.

 

12연 — Gandálfr와 Þorinn, 낯익은 이름이 나타나다

Veigr ok Gandálfr, Vindálfr, Þráinn

Þekkr ok Þorinn, Þrór, Vitr ok Litr

Nár ok Nýráðr — nú hefi ek dverga —

Reginn ok Ráðsviðr — rétt um talða.

 

Veigr와 Gandálfr, Vindálfr, Þráinn, Þekkr와 Þorinn, Þrór, Vitr와 Litr, Nár와 Nýráðr.

이제 나는 난쟁이들을, Reginn과 Ráðsviðr까지, 올바르게 열거했다.

(여기도 난쟁이들의 이름 나열입니다.)

이 연은 현대 독자에게 특히 눈에 띕니다.
간달프르(Gandálfr), 소린(Þorinn), 스로르(Þrór), Reginn.
톨킨의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이 한꺼번에 튀어나옵니다.
특히 간달프르(Gandálfr)는 실제로 이 난쟁이 이름 목록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중세 시의 간달프르(Gandálfr)가 톨킨의 간달프(Gandalf)와 같은 인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무녀의 예언》은 이 이름의 난쟁이가 어떤 자인지 얘기하지 않고 그저 이름만 나열할 뿐입니다.
소린(Þorinn) 역시 톨킨의 소린(Thorin)과 관계가 있지만 같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연의 뒤쪽입니다.
“이제 나는 난쟁이들을 올바르게 열거했다.”
시는 자기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합니다.
이 문장은 11~16연을 단순한 이야기 중간의 이름 더미로만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당시처럼 이야기가 주로 입으로 전해지던 사회에서는 수많은 이름과 계보를 정확히 기억해 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지식이었습니다. 누가 누구의 후손인지, 어떤 존재들이 어느 무리에 속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암기를 넘어 전승과 과거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긴 이름 목록 역시 ‘얼마나 많은 이름을 알고 있는가’뿐 아니라, 그 지식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전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했던 문화와 연결해 본다면, 이름을 외우고 계통을 기억하는 일이 시의 한 기능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이 한 문장만으로 목록의 성립 시기나 목적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구간이 ‘목록을 말하는 행위’를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13연 — Fíli·Kíli와 Eikinskjaldi

Fíli, Kíli, Fundinn, Náli

Hepti, Víli, Hánarr, Svíurr

Frár, Hornbori, Frægr ok Lóni

Aurvangr, Jari, Eikinskjaldi.

 

역시 13연도 난쟁이들 이름의 나열입니다.

이 연에서도 익숙한 이름이 이어집니다.
필리(Fíli)와 킬리(Kíli)가 나란히 등장하는데, 톨킨의 Fili와 Kili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역시 이름이 등장할 뿐 그 외의 내용은 모두 톨킨의 창작입니다.

마지막의 에이킨스캴디(Eikinskjaldi)도 흥미롭습니다.
eik는 ‘참나무’, skjǫldr는 ‘방패’와 연결되는 비교적 투명한 합성명입니다.
그래서 ‘참나무 방패’의 뜻으로 풀이됩니다.

11~13연을 읽다 보면, 이 이름 목록이 단순한 명단은 아니라는 점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어떤 이름은 뜻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고, 어떤 이름은 다른 에다나 사가에서도 다시 등장합니다.
또 일부는 톨킨이 가져다 쓰면서 오늘날까지 익숙한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반면 이름만 전해질뿐, 그 존재가 누구였는지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는 거의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목록을 현대 판타지의 등장인물 명단처럼 읽기보다는, 여러 시대의 전승과 기억이 겹쳐 남은 이름의 층으로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14연 — 목록은 단순한 이름 더미가 아니었다

Mál er dverga í Dvalins liði

ljóna kindum til Lofars telja

þeir er sóttu frá Salarsteini

Aurvanga sjǫt til Jǫruvalla.

 

“이제 드발린(Dvalinn)의 무리에 속한 난쟁이들을,

사람들의 후손·가문과 관련해 로파르(Lofarr)까지 헤아릴 때다.

그들은 살라르스테인(Salarsteinn)에서 떠나 요루벨리르(Jǫruvellir)의 아우르방가르(Aurvangar) 거처로 향했다.”

 

14연에서 목록의 성격이 조금 달라집니다.
이제 단순히 이름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드발린(Dvalinn)의 무리.
로파르(Lofarr).
살라르스테인(Salarsteinn).
아우르방가르(Aurvangar).
요루벨리르(Jǫruvellir).
사람과 무리와 장소가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드발린은 11연에도 이미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í Dvalins liði, 곧 ‘드발린의 무리’라는 표현으로 한 집단의 기준점이 됩니다.
또 로파르는 목록을 묶는 계보적 표지처럼 기능합니다.

여기서 ljóna kindum의 정확한 통사 기능은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번역에서는 ‘사람들의 후손·가문과 관련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어지는 문장은 난쟁이들이 살라르스테인에서 떠나 요루벨리르의 아우르방가르 거처로 향하는 구조로 읽었습니다.

이 장소들의 실제 지도상의 위치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살라르스테인(Salarsteinn)이 정확한 고유 지명인지, ‘홀의 돌’ 같은 보통명사구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아우르방가르(Aurvangar)와 요루벨리르(Jǫruvellir) 역시 현대 스칸디나비아의 특정 지명과 바로 일치시킬 근거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름 목록에 처음으로 ‘어디에 속한 무리인지’, ‘누구의 계통인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같은 정보가 함께 붙기 시작한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15연 — 드발린과 로파르의 계통 뒤에 이어지는 이름들

Þar var Draupnir ok Dólgþrasir
Hár, Haugspori, Hlévangr, Glói
Skirvir, Virvir, Skáfiðr, Ái.

 

그곳에는 Draupnir와 Dólgþrasir, Hár, Haugspori, Hlévangr, Glói, Skirvir, Virvir, Skáfiðr, Ái가 있었다.

15연은 다시 이름 열거가 중심입니다.
글로이(Glói)처럼 톨킨(Tolkien)의 글로인(Glóin)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도 보입니다.
드라우프니르(Draupnir)라는 이름도 눈에 띕니다.
오딘의 반지 드라우프니르와 같은 형태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름이 같다고 해서 이 난쟁이가 곧 오딘의 반지와 동일한 존재이거나 직접 연결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대 자료에서는 같은 이름이 서로 다른 존재나 대상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연은 목록의 흐름을 유지하는 구간으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16연 — 세상이 살아 있는 동안 전해질 로파르의 후손들

Álfr ok Yngvi, Eikinskjaldi

Fjalarr ok Frosti, Finnr ok Ginnarr

þat mun uppi, meðan ǫld lifir

langniðja tal Lofars hafat.

 

“Álfr와 Yngvi, Eikinskjaldi, Fjalarr와 Frosti, Finnr와 Ginnarr.

세상이 살아 있는 동안 로파르의 먼 후손들의 목록은 전해질 것이다.”

16연에서는 드디어 긴 목록을 닫습니다.
앞의 이름 몇 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지막 두 행입니다.

meðan ǫld lifir.
세상이, 또는 인류의 시대가 살아 있는 동안.

langniðja tal Lofars.
로파르의 먼 후손들의 목록.

시는 이 목록이 오래도록 전해질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12연에서는 “내가 난쟁이들을 올바르게 열거했다”라고 말했고, 16연에서는 “이 목록은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문장을 함께 보면, 11~16연의 카탈로그는 단순히 독자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현대식 설정집과는 다르게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전하는 행위 자체가 시적 기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이름이 퍌라르(Fjalarr)입니다.
Fjalarr라는 이름은 다른 고대 자료에서 거인이나 다른 존재와 겹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같은 이름이라고 모두 같은 존재로 묶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16연이 끝나면 장면은 급격히 바뀝니다.
17연에서 세 명의 신들이 등장하고, 아스크와 엠블라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난쟁이 이름과 계통이 끝나자 곧바로 인간 창조 구간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글을 16연에서 끊는 가장 자연스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Gandalf는 정말 원래 난쟁이 이름이었을까?

짧게 답하면, 그렇습니다.

간달프르(Gandálfr)는 R의 난쟁이 목록에 실제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중세 《무녀의 예언》의 간달프르(Gandálfr)와 톨킨의 Gandalf는 같은 캐릭터가 아닙니다.

톨킨은 북유럽의 이름 전통에서 이름을 가져와 자신의 세계에 새 역할과 전기를 부여했습니다.

또 톨킨의 초기 《The Hobbit》 초고에서는 Gandalf라는 이름이 처음부터 지금의 마법사에게 붙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난쟁이 우두머리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다가 이후 마법사 쪽으로 이동한 흔적이 확인됩니다.

 

이것은 톨킨이 Gandálfr를 단순히 듣기 좋은 이름이 아니라 북유럽의 난쟁이 이름 전승을 알고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흔적입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보겠습니다.

톨킨이 어떤 난쟁이 이름을 R에서, 어떤 이름을 H나 스노리의 목록에서 가져왔는지는 별도 글 하나가 될 만큼 자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뒤의 《무녀의 예언》 — R, H, 스노리는 같은 이야기를 말할까?

앞에서 읽은 7~16연은 Codex Regius(R)를 중심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Hauksbók(H)에 남은 같은 구절들을 비교해 보면 단어나 문장 구조, 난쟁이 이름의 배열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이라도 R과 H에서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차이를 하나로 섞지 않고, R을 기본으로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에서만 H를 비교했습니다.

Codex Regius(R)

이번 글의 기준이 되는 판본입니다.

신들이 건물을 세우는 장면, 난쟁이 형성과 관련된 표현, 11~16연의 이름 배열까지 모두 R의 순서와 문장을 따라 읽었습니다.

Hauksbók(H)

H는 전체 흐름은 비슷하지만 세부 표현이 다릅니다.

특히 7연과 9~10연에서는 단어나 문장 구조가 달라지면서 장면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난쟁이 이름 목록 역시 R과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스노리의 《신 에다》

스노리는 《무녀의 예언》에서 짧게 지나가는 장면을 훨씬 자세한 산문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이다볼의 모습과 신들의 활동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금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상태를 황금시대라고 부릅니다.

난쟁이의 기원도 이미르의 살 속에서 생겨난 구더기가 신들의 결정으로 지성과 인간의 모습을 얻었다는 이야기로 정리합니다.

덕분에 스노리의 설명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설명이 곧 R과 H의 모호한 구절에 대한 유일한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 자료를 함께 보면 오히려 하나의 신화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전해졌다는 점이 더 잘 드러납니다.

 

왜 갑자기 난쟁이 이름이 끝없이 이어질까? — 드베르가탈(Dvergatal)

11연부터는 이야기가 잠시 멈추고 난쟁이들의 이름이 길게 이어집니다.

이 부분은 보통 드베르가탈(Dvergatal), 즉 ‘난쟁이들의 목록’이라고 불립니다.

 

좁게는 이름 열거가 본격화되는 11~16연을 가리키고, 넓게는 모츠소그니르와 두린이 등장하는 10연 또는 난쟁이 형성 회의가 시작되는 9연부터 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Dvergatal, 곧 보통 11~16연을 중심으로 부르는 난쟁이 목록”이라는 정도로 사용하겠습니다.

 

Dvergatal은 후대에 끼어든 목록일까?

이 문제는 오래된 논쟁입니다.

19세기 이후 여러 편집자와 연구자는 11~16연의 긴 이름 목록이 《무녀의 예언》의 예언적 서사 흐름을 끊는다는 점, R·H·스노리에서 이름과 배열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 등을 근거로 후대 삽입 가능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Mikael Males가 2025년 연구에서 운율 규칙과 Fjalarr 명칭 문제 등을 근거로 목록이 시의 다른 부분과 다른 층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을 강하게 논증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후대 삽입이 확정된 정설”이라고 말하긴 힘듭니다.

목록은 R과 H, 스노리의 전승 모두에 남아 있습니다.

14~16연에는 드발린의 무리, 로파르의 계보, 장소 이동, 목록의 종결 선언이라는 내부 구조도 있기 때문에,

설령 후대에 결합된 부분이라 해도 현존 필사본보다 훨씬 이전부터 전승 안에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난쟁이 목록은 오래전부터 후대 삽입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고 최근에는 운율적 근거도 보강됐지만, 정확한 성립 단계와 원래 범위는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금이 부족하지 않던 신들의 세계에 왜 난쟁이 이름이 쏟아질까?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의 배열입니다.

7연에서 신들은 이다볼에 모여 공간을 세우고 도구를 만들었고, 8연에서는 판놀이를 즐기고 금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어 세 강대한 여성이 요툰헤임(거인족 요툰들의 세계)에서 옵니다.

9~10연에서는 신들의 회의와 난쟁이의 형성 문제가 등장하고, 11~16연은 긴 이름 목록으로 이어집니다.

 

이 서사를 따라 읽으면 1~6연에서 대지와 천체가 나타나고 시간의 이름과 셈의 기준이 세워진 뒤, 7~16연에서 신들의 거주·기술·재물·다른 존재 집단으로 세계의 질서가 확장된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세계를 만드는 일이 산과 바다와 별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누가 살며 어떤 이름을 갖는지까지 넓어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난쟁이 카탈로그는 ‘세계를 채우고 분류하는 단계’처럼 보입니다.

 

원전과 대중적인 난쟁이 이야기, 무엇이 다를까?

“난쟁이는 이미르의 시체 속 구더기에서 태어났다.”
  ☞ 이 이야기는 스노리의 《신 에다》에서 확인됩니다. 하지만 《무녀의 예언》 7~16연에 그대로 적혀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오딘과 빌리, 베가 난쟁이를 만들었다.”
☞ 오딘과 빌리, 베가 이미르의 몸으로 세계를 만드는 이야기는 스노리의 《신 에다》에서 자세히 전해지고 난쟁이의 기원 역시 그 과정과 연결되어 나옵니다. 하지만, 《무녀의 예언》 9~10연 자체는 난쟁이의 제작 주체를 오딘·빌리·베라고 직접 밝히지 않습니다.

 

“북유럽 신화의 난쟁이는 원래 작고 수염이 길며 광산에서 일했다.”
☞ 적어도 이번에 읽은 《무녀의 예언》 구간에는 그런 외형이나 직업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Gandalf는 원래 북유럽 신화의 마법사였다.”
☞ 아닙니다. Gandálfr는 《무녀의 예언》 12연에 나오는 난쟁이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원전에는 마법사라는 설정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Dvergatal은 원전의 정식 장 제목이다.”
☞ 아닙니다. 난쟁이 이름이 길게 이어지는 부분을 가리킬 때 쓰는 학술·편집상의 통칭입니다.

 

“Dvergatal은 후대에 삽입된 부분이라는 것이 이미 확정됐다.”
☞ 그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후대 삽입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논의되어 왔지만, 정확히 언제 어떤 범위가 추가되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 《무녀의 예언》 17~20연

긴 난쟁이 이름 목록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R17은 갑자기 세 에시르가 나타나 아스크와 엠블라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18연에서는 아직 힘과 능력이 부족한 두 존재에게 생명과 정신, 외형과 관련된 요소가 부여됩니다.

19연에서는 위그드라실과 우르드의 샘이 나타나고, 20연에서는 우르드·베르단디·스쿨드라는 세 노른이 등장합니다.

8연에서 이름 없이 나타난 세 거인족 여성과 20연의 세 노른은 같은 존재일까요?

숫자가 같고 시 안에서 모두 세 여성으로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문제도 R과 H의 차이를 다시 확인하면서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원전 따라가기에서는 《무녀의 예언》 17~20연 — 아스크와 엠블라, 위그드라실, 세 노른을 읽겠습니다.


북유럽 신화 관련 글

본편

  1. 북유럽 신화 1. 세계는 불과 얼음 사이에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2. 북유럽 신화 2. 오딘은 왜 최초의 거인 이미르를 죽였을까?
  3. 북유럽 신화 3. 아스크와 엠블라|신들은 왜 나무로 인간을 만들었을까?
  4. 북유럽 신화 4. 위그드라실|아홉 세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5. 북유럽 신화 5. 아스 신족과 바니르 신족|왜 서로 전쟁했을까?
  6. 북유럽 신화 6. 오딘|왜 지혜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을까?

원전 따라가기

  1. 북유럽신화 원전 따라가기 1. 《무녀의 예언》 1~6연|원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적혀 있을까?

관련 검색어

Völuspá / Völuspá stanzas 7–16 / Dvergatal / Old Norse dwarfs / Gandálfr

『巫女の予言』 / 北欧神話 原典 / エッダ / ドヴェルグ


참고 자료

1차 자료

- Codex Regius of the Poetic Edda, GKS 2365 4to — 《무녀의 예언》 R 7~16 중심.

- Hauksbók, AM 544 4to — H 대응 구절 비교.

- Snorri Sturluson, Edda, Gylfaginning — 이다볼, gullaldr, 난쟁이 구더기 기원 등 후대 산문 비교.

- 《하바말》(Hávamál) 143연 — 드발린과 난쟁이 전승의 교차 확인.

2차 자료 및 기관

- Edward Pettit, The Poetic Edda: A Dual-Language Edition, Open Book Publishers, 2023.

- Ursula Dronke, The Poetic Edda, Volume II: Mythological Poems, Clarendon Press, 1997.

- Patricia Pires Boulhosa, “Scribal Practices and Three Lines in Völuspá in Codex Regius,” Gripla 26, 2015.

- Mikael Males, “Textual criticism and Old Norse philology,” Studia Neophilologica 95.2, 2023.

- Mikael Males, “Hlǫðskviða and the Rise of the Old Norse Legendary Sagas,” Neophilologus 109, 2025.

- Chester Nathan Gould, “Dwarf-Names: A Study in Old Icelandic Religion,” PMLA 44.4, 1929.

- Ármann Jakobsson, “The Hole: Problems in Medieval Dwarfology,” Arv 61, 2005.

- Árni Magnússon Institute / Handrit.is — Codex Regius 및 Hauksbók 필사본 정보.

- John D. Rateliff, “The Hobbit,” Tolkien Estate — Gandalf 이름의 초기 초고 수용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