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테라스(Amaterasu / 天照大御神)와 스사노오(Susanoo / 須佐之男命)는,
일본 신화(Japanese mythology / 日本神話)에 등장하는 남매 신입니다.
스사노오가 고천원(Takamanohara / 高天原)으로 올라오자 산과 강이 울리고 온 땅이 흔들렸습니다.
아마테라스는 동생이 자신의 영역을 빼앗으러 온다고 생각해 활과 화살을 갖추고 완전히 무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자신의 나라를 빼앗으러 온 것이라 생각한 누나.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동생.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이야기는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서로 다른 형태로 전해집니다. 이번 이야기 본편은 《고사기》(Kojiki / 古事記)를 중심 골격으로 삼으며, 《일본서기》의 다른 전승은 후반 해설에서 별도로 소개합니다. 일부 대화와 장면 연결은 이야기의 이해와 몰입을 돕기 위한 재구성입니다.
추방된 스사노오, 고천원으로 향하다
결국 이자나기는 그를 내쫓았고,
이제 스사노오는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네노카타스쿠니로 향하지 않았습니다.
떠나기 전, 누나 아마테라스를 만나겠다고 한 것입니다.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가 어떻게 태어났고 왜 스사노오가 이자나기에게 추방되었는지는 이전 일본 신화 이야기에서 살펴봤습니다.
그렇게 스사노오는 누나가 있는 고천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스사노오가 움직이자 산과 강이 울리고, 국토가 흔들렸습니다.
고천원에서도 그 거대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아마테라스는 동생의 방문을 반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전혀 다른 가능성이었습니다.
스사노오가 자신의 나라를 빼앗으러 오는 것은 아닐까?

천지가 흔들리자 아마테라스가 무장했다
아마테라스는 기다리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동생이 정말 침입해 오는 것이라면 직접 맞설 생각이었습니다.
그녀는 머리를 풀어 좌우로 묶고,
머리와 손목에는 수많은 곡옥을 꿴 장식을 둘렀습니다.
그리고 화살이 가득 든 두 종류의 화살통을 갖췄습니다.
팔에는 활을 쏠 때 사용하는 보호구를 착용했습니다.
손에 활을 들고 힘껏 당기며 땅을 내디디자,
단단한 땅이 움푹 들어갔습니다.
다시 땅을 걷어차자 흙이 눈처럼 흩어졌습니다.
스사노오를 기다리는 아마테라스의 모습은 흔히 떠올리는 고요한 태양의 여신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직접 무장하고 동생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신이 마주 섰습니다.
활과 곡옥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장면에서 활과 화살은 사냥 도구라기보다 고천원을 지키는 아마테라스의 무력과 방어적 권위를 보여주는 요소에 가깝습니다.
곡옥은 고대 일본에서 장신구이면서 동시에 의례·신성함·권위와 연결된 물건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장면의 활과 곡옥은 각각 영역을 지키는 힘과 신성한 권위·계보를 보여주는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상징적 해석이며, 《고사기》가 그 의미를 직접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천원에서 마주 선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마테라스였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올라온 것이냐?”
스사노오는 자신에게 악의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네노카타스쿠니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가 추방되었고,
떠나기 전에 누나에게 자신의 사정을 알리고 작별을 고하기 위해 올라왔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산과 강을 울리고 세상을 흔들며 나타난 동생을 아마테라스가 그 말만으로 믿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네 마음이 정말 맑고 밝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스사노오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케이(ukehi / 誓約)를 하여 자식을 낳아 봅시다.”
두 신은 마침내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우케이에 들어갔습니다.
우케이는 신성한 맹세를 걸고 나타난 결과를 통해 진위나 의도를 판정하는 행위였습니다.
우케이는 지금도 하는 의식일까?
우케이는 오늘날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신사 의식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사기》와 《일본서기》 같은 고대 신화에서는 맹세를 걸고 나타난 결과를 통해 진위나 의도를 판정하는 방식으로 등장합니다.
오늘날에는 실제 생활 의례라기보다, 고대 일본의 신앙과 신도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집니다.

싸움 대신 시작된 우케이
먼저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의 십권검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검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그것을 깨끗이 씻은 다음 입에 넣어 씹었다가 내뿜었습니다.
그 순간 그 기운 속에서 신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나.
둘.
셋.
태어난 것은 세 명의 여신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스사노오의 차례였습니다.
그가 받은 것은 아마테라스가 지니고 있던 곡옥 줄이었습니다.
스사노오 역시 곡옥을 입에 넣었습니다.
씹고 다시 내뿜자 그곳에서도 신들이 태어났습니다.
이번에는 모두 다섯.
다섯 명의 남신이었습니다.
검에서 세 여신.
곡옥에서 다섯 남신.
모두 여덟 신이 태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는 현대 독자에게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누가 신을 낳았는지만 생각하면 세 여신은 아마테라스의 자식이고, 다섯 남신은 스사노오의 자식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검과 곡옥에서 태어난 여덟 신
아마테라스는 태어난 신들의 부모를 다시 나누었습니다.
기준은 누가 직접 신을 발생시켰는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신이 어떤 물건에서 태어났는가.
그리고 그 물건이 원래 누구의 것이었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세 여신이 태어난 검은 원래 스사노오의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세 여신은 스사노오의 자식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다섯 남신이 태어난 곡옥은 아마테라스의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다섯 남신은 아마테라스의 자식이 되었습니다.
즉, 아마테라스가 직접 발생시킨 세 여신은 스사노오에게 귀속되고,
스사노오가 직접 발생시킨 다섯 남신은 아마테라스에게 귀속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감각으로 보면 꽤 낯선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신이 태어난 근원이 된 물건, 다시 말해 그 물건의 원래 소유자가 친자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이 판정이 끝나자 스사노오가 입을 열었습니다.
왜 검과 곡옥에서 신들이 태어났을까?
《고사기》는 이 장면의 상징적 의미를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케이에서는 검과 곡옥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신이 태어나는 근원과 친자 관계를 결정하는 신성한 물건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아마테라스의 곡옥에서 태어난 남신들은 이후 천손 계보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이 장면은 결백을 판정하는 의식인 동시에 신들의 계보와 신성한 권위를 만들어내는 장면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스사노오는 왜 자신이 이겼다고 했을까?
스사노오는 자신에게 귀속된 세 여신의 탄생을 자신의 마음이 깨끗하다는 증거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우케이에서 이겼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점이 있습니다.
《고사기》에는 우케이를 시작하기 전에 승패 조건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스사노오는 우케이의 결과를 자신의 결백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승리를 주장한 것입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 보면 갈등은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마테라스가 의심했던 침략 의도도 사라지고, 스사노오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이어지는 스사노오의 행동은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승리 뒤 시작된 스사노오의 난동
스사노오는 고천원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논두렁을 무너뜨렸습니다.
물이 흐르던 수로도 메웠습니다.
곡식이 자라기 위해 필요한 농경의 질서가 그의 손에 하나씩 파괴되었습니다.
난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스사노오는 신성한 첫 수확을 위한 제의가 이루어지는 공간까지 더럽혔습니다.
그러나 아마테라스는 동생을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며 좋게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스사노오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심해졌고,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조전에 떨어진 말 가죽
아마테라스가 신성한 옷을 짜게 하던 직조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직녀들이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스사노오는 얼룩무늬 말의 가죽을 거꾸로 벗겨,
그것을 직조전의 지붕을 뚫고 떨어뜨렸습니다.
갑자기 위에서 떨어진 말 가죽에 크게 놀란 직녀는,
순간 몸이 흔들리며 베틀의 북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마테라스는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농담이나 실수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사노오의 행동은 논과 물길을 넘어 제의 공간을 훼손했고,
마침내 직조전에서 죽음까지 발생했습니다.
아마테라스는 큰 충격과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곧 고천원 전체를 뒤흔들 사건이 시작됩니다.
직조전은 어떤 곳이었을까?
《고사기》에서 이곳은 단순히 천을 짜는 작업장이 아니라,
신들에게 바칠 신성한 옷을 만드는 공간 (忌服屋 , 이미하타야, sacred weaving hall)으로 등장합니다.
따라서 스사노오가 말가죽을 지붕을 뚫고 떨어뜨린 행동은 직녀를 놀라게 한 장난을 넘어,
신성한 직조 공간과 제의 질서를 침범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논과 수로, 첫 수확의 제의 공간을 훼손한 사건까지 함께 보면 스사노오의 난동은 농경과 제의, 신성한 직조로 이어지는 고천원의 질서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모습으로도 읽힙니다.
다만 이러한 의미 연결은 신화의 구조와 후대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해석입니다.

이야기 뒤의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
앞에서 읽은 이야기는 712년에 편찬된 《고사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우케이는 《고사기》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720년에 편찬된 《일본서기》(Nihon Shoki / 日本書紀)에도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대면과 우케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일본서기》의 신대 부분은 본문 외에도 여러 일서(一書)를 함께 전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고정된 판본처럼 다뤄서는 안 됩니다.
《고사기》와 《일본서기》 사이에는 아마테라스의 무장부터 우케이의 조건, 탄생하는 신들과 친자 귀속, 직조전 사건까지 여러 차이가 있습니다.
| 구분 | 《고사기》 | 《일본서기》 계열 전승 |
| 성립 | 712년 | 720년 |
| 아마테라스의 무장 | 곡옥 장식, 두 화살통, 활, 팔 보호구 등 | 일부 일서에는 검이 등장하는 등 차이 존재 |
| 우케이 전 승패 조건 | 명확한 성별 승패 규칙이 제시되지 않음 | 일부 전승에서 남신 탄생을 스사노오의 결백과 연결하는 조건을 미리 제시 |
| 탄생하는 신 | 세 여신과 다섯 남신 | 신의 수·이름·순서 등에 차이가 있음 |
| 친자 귀속 | 물건의 원래 소유자를 기준으로 판정 | 전승에 따라 차이 존재 |
| 승리 판정 | 스사노오가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결백과 승리를 주장 | 일부 전승에서는 사전에 제시된 조건에 따른 판정 구조가 더 분명함 |
| 직조전 사건 | 직녀가 베틀의 북에 상처를 입어 죽음 | 본문과 일서에 따라 다치는 인물이 달라지는 전승이 존재 |
특히 주의할 부분은 우케이의 승패입니다.
《고사기》에는 우케이를 시작하기 전에 남신과 여신의 탄생을 승패 조건으로 삼는 규칙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서기》의 일부 전승에서는 남신이 태어나는 것을 스사노오의 결백과 연결하는 조건이 미리 제시됩니다.
따라서 흔히 알려진 “남신이 태어났기 때문에 스사노오가 우케이에서 승리했다.” 라는 설명을,
그대로 《고사기》의 규칙으로 소개하면 두 판본을 섞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 본편에서 아마테라스에게 검을 추가하지 않고,
스사노오의 승리를 끝까지 그의 ‘승리 선언’으로 표현한 것도 이 판본 차이 때문입니다.
우케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케이는 무엇인가?
우케이(誓約)는 신성한 맹세와 그 결과를 통해 진위나 의도 등을 판정하는 성격을 가진 행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약속이나 힘겨루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케이가 한 역할
이번 이야기에서 우케이는 스사노오의 마음이 정말 ‘맑고 밝은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합니다.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고, 스사노오는 우케이의 결과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즉 두 신의 갈등은 힘으로 누가 더 강한지를 겨루는 대신,
신성한 결과가 무엇을 보여주는지를 통해 판정되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우케이와 천손 계보
《고사기》에서는 우케이에 사용된 물건의 원래 소유자를 기준으로 탄생한 신들의 친자 관계가 정해집니다.
이 계보를 통해 아마테라스에게 귀속된 다섯 남신 가운데,
아메노오시호미미가 이후 니니기로 이어지는 천손 계보와 연결됩니다.
이 때문에 우케이는 단순히 스사노오 개인의 결백을 판정하는 사건을 넘어,
왕권·황실 계보의 형성과 관련된 신화적 장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여러 신족이나 씨족 계보의 통합과 연결해서 바라보는 연구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설명은 현대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우케이가 증명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흥미로운 것은 우케이가 두 신의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 의식은 결국 무엇을 증명한 것이었을까요?
적어도 《고사기》의 이야기만 놓고 보면,
우케이가 스사노오의 모든 행동이 올바르다는 것을 보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묘한 질문을 남깁니다.
결백을 증명했다고 선언한 신은 왜 곧바로 더 큰 혼란을 일으켰을까요?
이 장면은 두 신을 단순한 이미지로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아마테라스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직접 무장했고,
스사노오는 결백을 주장한 직후 다시 질서를 무너뜨립니다.
바로 이 모순적인 모습이 이후 두 신의 이야기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 이야기 — 아마테라스는 왜 동굴에 숨어버렸을까? | 아마노이와토
직조전의 비극 이후,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일본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차 자료
* 《고사기》(古事記 / Kojiki), 스사노오의 승천·아마테라스의 무장·우케이·오남삼여신·스사노오 난동 관련 부분
* 《일본서기》(日本書紀 / Nihon Shoki), 신대 권1 아마테라스·스사노오 우케이 및 천석굴 관련 본문·일서
* W. G. Aston, 『Nihongi: Chronicles of Japan from the Earliest Times to A.D. 697』
2차 자료
* 國學院大學 「古事記学」研究会, 『Studies on the Kojiki: English Translation』, 2023
* Chapter 15: Susanoo Goes Up to the Heavens
* Chapter 16: The Contest of Oaths
* Chapter 17: The Heavenly Rock Cave (I)
* 國學院大學, Encyclopedia of Shinto
* Ukehi
* Monozane
* Amaterasu
* Susanoo
* Gonansanjoshin
* Amenooshihomimi
* Munakata 관련 항목
* 伊勢神宮 공식 자료
* 宗像大社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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