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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화와 전설

일본 신화 2. 황천으로 내려간 이자나기

by 신화기담 호월 2026. 8. 19.

이자나기는 왜 죽은 이자나미를 보아서는 안 되었을까?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불의 신 가구쓰치를 낳은 뒤 이자나미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자나기는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죽은 자의 세계인 황천국, 요미노쿠니까지 그녀를 찾아갑니다.

이자나미는 한 가지를 부탁합니다.

“나를 보지 말아 주세요.”

 

※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황천 이야기는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여러 전승에서 세부 내용이 다르게 전해집니다.

이번 이야기 본편은 『고사기』의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일본서기』의 다른 판본은 뒤의 해설에서 별도로 소개합니다. 일부 대화와 장면 연결은 이해와 몰입을 돕기 위한 재구성입니다.


죽은 아내를 찾아 황천으로

이자나기는 죽은 이자나미를 다시 만나고 싶어 황천까지 뒤쫓아 갔습니다.

『고사기』에 그 길이 얼마나 멀었는지, 어떤 길을 지나갔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두 신은 다시 만났습니다.


황천의 문 앞에서 다시 만난 두 신

이자나미는 황천의 궁전 문 쪽으로 나와 이자나기와 마주했습니다.

이자나기는 함께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던 나라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자나미는 곧바로 그를 따라나설 수 없었습니다.

이미 황천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일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 황천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자나미는 자신이 이미 황천의 음식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요모츠헤구이(黄泉戸喫)라고 합니다.

『고사기』에 그것이 어떤 음식이었는지는 나와있지 않으나,

이자나미는 황천의 신들과 의논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 이자나기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자신을 보지 말아 달라고.

요모츠헤구이(黄泉戸喫)란?
요모츠헤구이(黄泉戸喫 / よもつへぐい)는 황천국, 즉 요미노쿠니의 음식을 먹는 행위를 뜻합니다.
『고사기』에서 이자나미는 황천에 내려온 이자나기에게 자신이 이미 황천의 음식을 먹었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곧바로 이승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음을 밝히지요.
이 표현은 흔히 저승의 음식을 먹으면 저승에 속하게 된다는 금기와 연결해 해석됩니다.
황천의 부엌이나 화덕에서 조리된 음식을 먹는 행위가 저승의 기운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비슷한 모티프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보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석류를 먹은 일이 귀환 문제와 연결됩니다.
다만 『고사기』는 “황천의 음식을 먹으면 누구나 반드시 돌아올 수 없다”는 규칙을 따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자나미가 정확히 무엇을 먹었는지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요모츠헤구이는 저승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 세계와 깊이 연결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미는 원전의 서술과 후대 해석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를 보지 말아 주세요”

이자나미는 그렇게 말하고 궁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자나기는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이자나미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길어지자 이자나기는 결국 더 기다리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자나기는 결국 금기를 깨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빗살 하나의 불빛

황천의 안쪽은 어두웠습니다.

이자나기는 머리에 꽂고 있던 빗에서 굵은 빗살 하나를 부러뜨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불빛으로 삼았습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희미한 빛 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자나기가 그토록 다시 만나고 싶어 했던 이자나미가 보였습니다.


작은 불빛이 보여 준 죽음의 모습

하지만 그곳에 있던 것은 이자나기가 기억하던 이자나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몸은 이미 부패해 있었습니다.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습니다.

 

몸 곳곳에는 여덟 종류의 천둥신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이자나기와 함께 섬을 낳고 수많은 신을 낳았던 이자나미.

 

그 모습은 이자나기가 기억하던 그녀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자나기는 두려워졌습니다.

그리고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자나미의 몸에 나타난 여덟 천둥신
『고사기』에서 이자나기가 불빛을 밝혀 죽은 이자나미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의 몸에는 여덟 종류의 천둥신, 이카즈치노카미(八雷神 / 팔뇌신)가 나타나 있었습니다.
머리 — 오오이카즈치(大雷)
가슴 — 호노이카즈치(火雷)
배 — 쿠로이카즈치(黒雷)
음부 — 사쿠이카즈치(析雷)
왼손 — 와카이카즈치(若雷)
오른손 — 츠치이카즈치(土雷)
왼발 — 나루이카즈치(鳴雷)
오른발 — 후스이카즈치(伏雷)

이들은 흔히 ‘여덟 악마’처럼 소개되기도 하지만, 원전에서는 천둥과 관련된 신적 존재들입니다.
또한 이들의 이름을 현대적인 자연현상에 하나씩 정확히 대응시켜 “이 신은 불벼락, 이 신은 먹구름, 이 신은 땅속 천둥을 담당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의미를 추측할 수는 있지만, 『고사기』가 각각의 기능을 그렇게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이자나미의 분노

자신을 보지 말라고 했던 이자나미는 격분했습니다.

이자나기가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는 일은 그녀에게 수치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죽은 뒤의 외모를 들켰기 때문에 화가 났다고 하기에는 이 장면의 의미가 훨씬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자나기에게 그 의미를 생각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이자나미가 추격자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황천의 추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황천의 추격

가장 먼저 뒤쫓아온 것은 요모츠시코메였습니다.

 

빠르게 따라붙는 추격자를 피해 달아나던 이자나기는 머리 장식을 뒤로 던졌습니다.

그러자 장식이 포도류의 열매로 변했습니다.

요모츠시코메가 그것을 먹는 동안 이자나기는 거리를 벌렸습니다.

 

곧 추격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빗을 던졌습니다.

빗은 죽순으로 변했고, 요모츠시코메가 그것을 먹는 사이 이자나기는 다시 달아났습니다.

요모츠시코메(黄泉醜女)는 누구일까?
요모츠시코메(黄泉醜女 / よもつしこめ)는 이자나기가 황천에서 달아날 때 이자나미가 가장 먼저 보낸 황천의 여성 추격자입니다.
이자나기가 죽은 이자나미의 모습을 보고 달아나자, 분노한 이자나미는 요모츠시코메를 보내 그를 뒤쫓게 합니다.
이자나기는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차례로 던집니다.
① 머리 장식 → 포도류의 열매이자나기가 머리 장식인 쿠로미카즈라(黒御鬘)를 던지자 포도류의 열매가 생겨납니다. 요모츠시코메가 그것을 먹는 동안 이자나기는 다시 달아납니다.
② 빗 → 죽순다시 추격해 오자 이자나기는 머리에 꽂고 있던 빗을 던집니다. 이번에는 죽순이 생겨나고, 요모츠시코메가 그것을 먹는 사이 다시 거리를 벌립니다.

‘시코(醜)’는 단순히 ‘못생겼다’는 뜻일까?
이름에 들어가는 시코(しこ)는 오늘날의 ‘추하다’라는 의미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말입니다.
고대 표현에서는 두렵거나 거칠고 강한 존재를 나타내는 의미까지 가집니다.
그래서 요모츠시코메를 단순히 ‘못생긴 여자 귀신’이라고 설명하기보다는, 황천에 속한 무섭고 강력한 여성 존재 정도로 소개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덟 천둥신과 1,500명의 황천 군세

이번에는 더 강력한 추격대가 나타났습니다.

이자나미의 몸에 있던 여덟 천둥신.

그리고 무려 1,500명의 황천 군세였습니다.

 

이자나기는 허리에 찬 십권검을 뽑았습니다.

뒤쪽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계속 달렸습니다.

멈춰 싸우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황천에서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마침내 현세와 황천의 경계인 요모츠히라사카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자나기는 복숭아를 발견했습니다.

십권검(十拳剣)은 어떤 검일까?
십권검(十拳剣 / とつかのつるぎ, 토츠카노츠루기)은 일본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긴 검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름의 ‘토츠카(十拳)’는 문자 그대로는 ‘열 주먹’이라는 뜻으로, 손 너비를 이용한 고대식 길이 표현과 관련된 것으로, 
그래서 십권검은 한 자루의 고유한 검 이름이라기보다, 신화에서 매우 길고 위력 있는 검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자나기 역시 십권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앞서 불의 신 가구쓰치를 베어 죽일 때 이 검을 사용했고, 황천에서 도망칠 때도 1,500명의 황천 군세와 여덟 천둥신을 피해 달아나며 검을 뒤쪽으로 휘둘렀습니다.
『고사기』에서는 이자나기의 검을 아메노오하바리(天之尾羽張)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다른 십권검들
스사노오의 십권검(아메노하바키리 / 天羽々斬): 스사노오가 머리 여덟 달린 괴물 뱀 야마타노오로치를 벨 때 쓴 검입니다. 꼬리를 자르다가 칼날이 이가 빠졌는데, 꼬리 속에서 나온 보검이 바로 '쿠사나기의 검(草薙剣, 천총운검)'입니다.
타케미카즈치의 십권검(후츠노미타마 / 布都御魂): 지상 세계 평정과 진무 천황의 동정 신화에서 나라를 평정하는 신검으로 등장합니다.
요모츠히라사카(黄泉比良坂)는 어떤 곳일까?
요모츠히라사카(黄泉比良坂 / よもつひらさか)는 『고사기』에서 황천국과 산 자의 세계가 맞닿는 경계로 등장하는 장소입니다.
이자나기가 황천에서 달아나는 이야기의 마지막 사건들이 바로 이곳에서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실제 장소도 있을까요?
『고사기』는 요모츠히라사카를 당시 이즈모국의 이부야자카(伊賦夜坂)에 있다고 전합니다.
오늘날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 히가시이즈모 지역에도 요모츠히라사카와 관련된 전승지가 남아 있으며, 비석과 큰 바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특정 장소나 바위가 신화에 등장한 바로 그 장소와 바위라고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실제 황천 입구가 발견되었다’기보다는, 고대 문헌의 장소와 연결되어 전해 내려오는 전승지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복숭아 세 개

이자나기는 복숭아 세 개를 들어 추격자들에게 맞섰습니다.

복숭아에 밀린 황천의 군세는 결국 물러났습니다.

 

위기를 벗어난 이자나기는 복숭아에게 앞으로도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자신을 구해 준 것처럼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을 주었습니다.

오오카무즈미노미코토.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추격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왜 복숭아가 황천의 군세를 물리쳤을까?
『고사기』에서 이자나기는 황천의 추격대에게 쫓기다 복숭아 세 개를 이용해 그들을 물러나게 합니다.
이 장면에서 복숭아는 단순한 과일이라기보다 재앙이나 사악한 존재를 물리치는 힘을 지닌 열매로 등장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복숭아나 복숭아나무에 벽사(辟邪), 즉 나쁜 기운이나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기는 전승이 널리 나타나는데, 일본의 황천 신화에 등장하는 복숭아 역시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연결해 해석되곤 합니다.

추격자들이 물러난 뒤 이자나기는 복숭아에게 자신을 구해 준 것처럼 앞으로도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오오카무즈미노미코토(意富加牟豆美命)라는 신명을 줍니다.
다만 이 이름을 정확히 ‘위대하고 신성한 영력을 지닌 열매의 신’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름의 어원에는 여러 해석이 있으며, 國學院大學 주석에서도 ‘큰 신령’과 관련된 해석 등을 소개하지만 하나로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이자나미

멀리서 다시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요모츠시코메나 여덟 천둥신이 아닌,

이자나미 자신이었습니다.

 

한때 이자나기와 나란히 서서 바다를 휘젓고,

함께 섬과 수많은 신을 낳았던 이자나미가 이제 그를 뒤쫓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황천의 괴물에게서 탈출하는 이야기가 아닌,

한때 함께 세계를 만들었던 두 신의 결별이었습니다.

 

이자나기는 계속 달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세계의 경계에 도착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요모츠히라사카

이자나기는 황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막았습니다.

그가 사용한 것은 평범한 돌이 아니었습니다.

 

천 명이 함께 끌어야 할 만큼 거대한 바위, 치비키노이와.

거대한 바위가 황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바위 한쪽에는 이자나기.

반대쪽에는 이자나미가 있었습니다.

 

한때 두 신은 하나의 기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았습니다.

그 끝에서 다시 만나 혼인했고, 함께 국토와 신들을 낳았으나,

지금 두 신 사이에 놓인 것은 혼인을 위한 기둥이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를 갈라놓는 거대한 바위였습니다.

 

그곳에서 두 신은 마지막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자나미의 저주: "내 사랑하는 지아비여, 그대가 이토록 나를 저버린다면 나는 당신 나라의 백성을 하루에 1,000명씩 목 졸라 죽이겠소."
이자나기의 맹세: "내 사랑하는 지어미여, 그대가 그리한다면 나는 하루에 1,500개의 산실(해산실)을 지어 1,500명을 새로 낳게 하겠소."

 


하루 천 명의 죽음과 천오백 명의 탄생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신의 길은 완전히 갈라졌습니다.

이자나기는 산 자의 세계에 남고, 이자나미는 황천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고사기』에서 이자나미는 요모츠오오카미(黄泉津大神), 황천의 대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됩니다.

두 신의 결별은 죽음을 없애지 못했으나, 죽음이 계속되는 세계에서 생명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서를 남겼습니다.

 

이자나미에 대한 숭배
황천에 남은 뒤 『고사기』에서 요모츠오오카미(黄泉津大神)라고 불리게 되는 이자나미는, 오늘날에도 여러 신사에서 모셔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 신앙에서 이자나미가 언제나 ‘저승의 여신’이나 ‘죽음의 신’으로만 숭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마네현 마쓰에시의 이야 신사(揖夜神社)는 황천 신화의 무대와 연결되는 지역에 있으며, 이자나미를 주제신으로 모시는 대표적인 신사입니다.
*또 미에현 구마노시의 하나노이와야 신사(花窟神社)는 『일본서기』의 한 전승에서 이자나미가 묻힌 곳과 연결되며, 오늘날에도 이자나미를 모시는 중요한 성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자나미가 황천과 죽음에 연결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국토와 수많은 신을 낳은 창조신이자 어머니 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신사에 따라서는 황천의 공포스러운 모습보다, 생명과 탄생, 부부의 결연과 창조를 상징하는 신으로서의 모습이 더 강조되기도 합니다.

 


에필로그 — 황천에서 돌아온 이자나기

황천에서 돌아온 이자나기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죽음의 세계에서 묻은 부정을 씻기 위해 몸을 정화합니다.

바로 미소기입니다.

그리고 이 정화 과정에서 새로운 신들이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이후 일본 신화의 중심에 서게 될 세 신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야기 뒤의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앞에서 읽은 이야기는 『고사기』의 황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황천행 역시 모든 문헌에서 똑같이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차이

『고사기』에서는 황천행부터 금기 파기, 추격, 요모츠히라사카에서의 결별까지 비교적 연속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번 본편에서 다룬 요모츠헤구이, 포도와 죽순, 1,500명의 황천 군세, 복숭아 세 개 등도 이 흐름 안에 등장합니다.

 

반면 『일본서기』에는 여러 일서(一書), 즉 서로 다른 전승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판본에 따라 이자나미의 시신과 여덟 천둥신의 구성, 추격 장면과 복숭아의 모습 등이 달라집니다.

 

특히 한 판본에서는 구쿠리히메노카미라는 신이 두 신의 결별 과정에 등장합니다.

비밀스러운 말: 구쿠리히메노카미가 이자나기에게 무언가 말을 전하자, 이자나기가 이를 듣고 크게 칭찬하며 납득하고 이승으로 돌아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쿠리히메노카미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신화 원문에 적혀 있지 않아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여러 전승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합쳐 설명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판본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자나기는 왜 죽은 이자나미를 보아서는 안 되었을까?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왜 이자나기는 이자나미를 보아서는 안 되었을까요?

전승에서 확인되는 사실

『고사기』에서 이자나미는 실제로 자신을 보지 말라고 합니다.

이자나기는 오래 기다리다가 결국 금기를 깨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순간 부패한 이자나미의 모습과 여덟 천둥신이 드러납니다.

이자나미는 자신의 감춰진 모습이 보인 일을 수치와 연결해 분노합니다.

여기까지는 원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하필 ‘보는 것’이 금기였을까요?

『고사기』는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죽은 자의 감춰진 모습,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와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자나기는 살아 있을 때의 이자나미를 다시 만나기 위해 황천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불빛 속에서 마주한 것은 그가 기억하던 이자나미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을 본 순간, 두 신의 관계 역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장면의 ‘보는 금기’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로 읽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고대 일본인 전체의 확정된 사후세계관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금기와 그 결과는 원전에서 확인되지만,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지는 해석의 영역입니다.


이자나미 때문에 인간에게 죽음이 생긴 걸까?

이 이야기의 마지막 때문에 종종

이자나미가 천 명을 죽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세상에 죽음이 생겼다.

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이자나미가 죽었습니다.

가구쓰치 역시 이자나기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세상에 처음 죽음이 생긴 순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고사기』가 직접 설명하는 것은 인간 세계에서 계속되는 죽음과 출생의 관계입니다.

하루에 천 명이 죽습니다.

그러나 천오백 명이 태어납니다.

즉 이 신화는 죽음을 없애지 않습니다.

죽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도 그보다 더 많은 생명이 이어집니다.

 

이 장면은 인간이 계속 죽으면서도 세대가 이어지는 생사의 질서를 설명하는 기원담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황천은 일본 신화의 지옥일까?

황천국을 흔히 ‘일본 신화의 지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사기』의 황천에는 불교식 지옥처럼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거나 죄에 따라 형벌을 내리는 체계가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황천을 ‘죽은 자의 세계’라고 표현했습니다.

불교의 지옥과 그대로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일본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별개의 죽음의 영역으로 보는 편이 좋습니다.


오르페우스와 비교해 보면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역시 죽은 배우자를 되찾기 위해 저승으로 향합니다.

두 이야기 모두 죽은 배우자를 찾아 저승으로 간다는 점과 ‘보는 행위’와 관련된 금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하지만 금기의 구조는 다릅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지상으로 돌아오는 도중 뒤를 돌아봅니다.

이자나기는 황천에서 죽은 이자나미의 감춰진 모습을 봅니다.

 

따라서 두 이야기를 단순히 같은 신화의 변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슷한 구조와 서로 다른 의미를 함께 비교해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이야기 — 이자나기의 미소기와 세 신의 탄생

황천에서 돌아온 이자나기는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정화 과정(미소기)에서 일본 신화의 흐름을 크게 바꾸는 세 신이 태어납니다.

아마테라스, 쓰쿠요미, 스사노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세 신이 어떻게 세상에 나타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1차 자료

  • 오노 야스마로 편찬, 『고사기(古事記)』 상권 — 이자나기·이자나미 황천국 관련 부분
  • 『일본서기(日本書紀)』 권1 신대상 — 이자나기·이자나미 및 황천 관련 일서

주요 참고 자료

  • 國學院大學 古典文化学事業, 『古事記』 교정본문·주석·현대어역
  • 『일본서기』 신대권 관련 원문·주석 자료
  • 황천국·요모츠히라사카·요모츠헤구이·미소기 관련 연구 및 기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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