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게쓰히메(Ogetsuhime / オオゲツヒメ, 大宜都比売神)는 《고사기》(Kojiki / 古事記)에 등장하는 일본 신화(Japanese mythology / 日本神話)의 음식신입니다.
스사노오(Susanoo / スサノオ)에게 죽은 뒤, 그녀의 몸에서는 누에와 벼·조·팥·보리·콩이 생겨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죽음과 먹을거리의 탄생을 한 장면에 묶어 놓았다는 점에서 유난히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음식을 마련해 준 신이 오히려 그 모습을 본 스사노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그런데 음식의 여신이 죽은 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 이번 이야기 본편은 《고사기》 상권의 오오게쓰히메 대목을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일본서기》에는 음식신 우케모치와 쓰쿠요미가 등장하는 비슷하지만 다른 전승이 전하며, 두 이야기는 후반에서 따로 비교합니다. 원전에 없는 사건이나 심리를 추가하지 않으며, 필요한 연결 문장만 독자의 이해를 위해 정리합니다.
추방된 스사노오와 음식의 여신 오오게쓰히메
아마노이와토 사건이 끝난 뒤, 스사노오는 고천원에서 쫓겨납니다.
스사노오가 왜 추방되었는지는 [앞선 아마노이와토 이야기]에서 살펴봤습니다.
이제 그는 이즈모로 향합니다.
하지만 야마타노오로치와 마주하기 전에,
《고사기》에는 짧고 기묘한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음식의 신 오오게쓰히메입니다.
누군가 그녀에게 먹을 것을 청하자, 오오게쓰히메는 음식을 마련하기 시작합니다.
원문은 누가 음식을 청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습니다.
흔히 스사노오로 읽지만, 앞 문장의 여러 신들을 주어로 보는 해석도 있어 여기서는 요청자를 특정하지 않겠습니다.
오오게쓰히메라는 이름은 스사노오 이야기에서 처음 등장하지 않습니다.
《고사기》에서는 국토탄생 이야기에서 시코쿠를 네 개의 얼굴을 가진 섬으로 묘사하면서,
그 가운데 아와국을 ‘오오게쓰히메’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신 탄생 이야기에서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오오게쓰히메신’을 낳았다고도 기록합니다.
다만 국토탄생 이야기의 아와국을 가리키는 오오게쓰히메와 신 탄생 이야기에 태어난 오오게쓰히메신을 반드시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별개의 신격으로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오오게쓰히메라는 이름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사기》 후반의 오토시 신 계보에서도 오오게쓰히메는 하야마토노카미와 여덟 신을 낳는 존재로 다시 등장합니다.
즉, 오오게쓰히메라는 이름은 스사노오에게 살해되는 짧은 일화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사기》 안에서 지역과 음식, 농경과 생산에 관련된 여러 대목에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오오게쓰히메는 어떻게 음식을 마련했을까?
오오게쓰히메는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코와 입, 그리고 尻(엉덩이·뒤쪽)에서 여러 음식물을 꺼냅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여러 가지로 마련해 내놓으려 합니다.
이 장면은 현대 독자에게도 낯설고 기이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오게쓰히메가 자신의 몸에서 음식물을 꺼내고,
그것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그 모습을 스사노오가 지켜봅니다.

오오게쓰히메의 죽음
스사노오는 오오게쓰히메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고 그것을 더럽게 여깁니다.
《고사기》에서는 그가 음식 제공 방식을 불결하게 생각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그리고 사건은 스사노오가 오오게쓰히메를 죽임으로써 갑작스럽게 끝을 향합니다.
《고사기》에서 살해 도구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신화에서 더 중요한 장면은 바로 그 다음에 시작됩니다.

죽은 여신의 몸에서 누에와 곡물이 태어나다
죽은 오오게쓰히메의 몸에서는 머리에 누에가,
두 눈에 벼의 종자가, 두 귀에 조가 생깁니다.
코에서는 팥이, 음부에서는 보리가, 엉덩이 쪽에서는 콩이 생겨납니다.
죽음으로 끝났어야 할 몸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지탱할 생산물의 근원이 된 것입니다.

가무무스히가 생겨난 종자를 거두게 하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가무무스히노미오야노미코토(神産巣日御祖命)가 등장합니다.
기본 신명은 가무무스히(Kamumusuhinokami / 神産巣日神)입니다.
가무무스히는 오오게쓰히메의 몸에서 생겨난 종자를 거두게 합니다.
《고사기》의 오오게쓰히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
신은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 죽음에서 누에와 여러 작물의 종자가 남았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갈 먹을거리와 생산물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야기 뒤의 오오게쓰히메
앞에서 읽은 이야기는 712년에 성립한 《고사기》 상권의 오오게쓰히메 대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살해자는 스사노오이고,
오오게쓰히메의 몸에서는 누에와 벼·조·팥·보리·콩이 생기며,
마지막에는 가무무스히(별천신)가 생겨난 종자를 거두게 합니다.
오오게쓰히메 이야기가 편찬 과정에서 덧붙여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정된 사실은 아니고, 오히려 이 장면이 스사노오의 다음 여정과 곡물 종자의 탄생을 잇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연구도 있습니다.
《일본서기》의 우케모치는 무엇이 다를까?
720년에 쓰여진 《일본서기》(Nihon Shoki / 日本書紀) 권1 신대상 제5단 일서11(이후 일서11)에는,
매우 비슷하지만 다른 음식신 전승이 나옵니다.
여기서 음식신은 우케모치(Ukemochi / 保食神)이고,
살해자는 스사노오가 아니라 쓰쿠요미(Tsukuyomi / 月夜見尊)입니다.
아마테라스(Amaterasu / 天照大神)가 보낸 쓰쿠요미를 맞은 우케모치는,
국토와 바다, 산을 향하고 입에서 밥과 물고기, 짐승을 내어 음식을 차립니다.
쓰쿠요미는 이를 더럽고 비천하다고 여기고 우케모치를 죽입니다.
이후 우케모치의 몸에서는 소와 말, 조, 고치, 피(稗), 벼, 보리와 콩류가 생깁니다.
아마테라스는 이 생산물들을 밭과 논의 종자로 삼고, 고치에서 실을 뽑습니다.
이어 이로부터 양잠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우케모치 살해 뒤 아마테라스와 쓰쿠요미가 서로 만나지 않게 되어,
낮과 밤으로 갈라져 지낸다는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이 요소들은 《고사기》의 오오게쓰히메 본편에는 없습니다.
두 전승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음식신이 몸을 통해 음식을 마련하고, 이를 본 남신이 혐오하여 살해하며,
죽은 몸에서 인간 생활에 필요한 생산물이 생깁니다.
그러나 고대 두 문헌에는 오오게쓰히메와 우케모치가 “같은 신”이라고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살해자와 음식 마련 방식, 몸에서 생기는 생산물, 사건 이후의 결과도 다릅니다.
두 이야기는 구조적으로 매우 가까운 음식·작물 기원 전승의 서로 다른 문헌적 형태입니다.
쓰쿠요미가 어떤 신인지 궁금하다면 삼귀자의 탄생을 다룬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케모치는 오오게쓰히메보다도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신입니다.
《일본서기》에는 그녀의 부모나 탄생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테라스가 “아시하라노나카쓰쿠니에 우케모치라는 신이 있다고 들었다”며 쓰쿠요미를 내려보내면서 처음 등장할 뿐입니다.
이름인 우케모치 역시 ‘음식을 맡고 지닌 신’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즉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처음부터 지상 어딘가에 존재하던 음식의 신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시하라노나카쓰쿠니(葦原中国, Ashihara no Nakatsukuni)는 일본 신화에서 신들이 사는 다카마가하라와 구별되는 지상의 세계로, 직역하면 대략 “갈대밭이 펼쳐진 가운데 나라” 정도입니다.
음식의 여신이 죽자 왜 곡물이 태어났을까?
원전에서 직접 확인되는 사실부터 보면,
《고사기》에는 오오게쓰히메가 죽은 뒤 몸의 여러 부위에서 누에와 작물 종자가 생기고,
가무무스히가 그 생겨난 종자를 거두게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이 장면은 인간이 먹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작물과 중요한 생산물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신화적으로 설명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순간 그 몸이 다른 생명을 지탱하는 자원으로 바뀌는 역설이 이 짧은 신화의 핵심입니다.
비교신화 연구에서는 이런 구조를 흔히 하이누웰레형 작물기원 신화와 비교합니다.
인도네시아 세람의 하이누웰레(Hainuwele / ハイヌウェレ) 이야기 역시,
살해된 존재의 몸에서 식용 식물이 생긴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시신의 해체와 매장, 괴경류(얌·토란 같은 땅속 작물)가 중요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이누웰레형’은 구조를 비교하기 위한 연구상의 범주이지,
세람의 이야기가 일본으로 직접 전해졌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일부 연구는 오오게쓰히메의 몸에서 벼뿐 아니라 조·팥·보리·콩이 함께 나온다는 점을,
화전이나 밭작물 문화와 연결해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전에는 벼도 분명히 포함되므로 이 신화를 특정 농법 하나의 기원 이야기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고사기》의 오오게쓰히메 이야기는 죽음을 인간의 먹을거리와 생산물의 탄생으로 바꾸는 작물 기원 신화입니다.
현대 독자는 이를 생명의 소멸이 새로운 생존 자원으로 전환되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지만,
그런 해석과 원전이 직접 말하는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
오오게쓰히메는 단순히 ‘기이한 방식으로 음식을 내놓다 죽은 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누에와 작물 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 종자가 거두어지는 장면으로 닫힙니다.
그래서 이 짧은 이야기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죽은 몸에서 다시 삶의 재료가 태어나는 장면일지 모릅니다.
일본 신화 관련 글
본편
- 일본 신화 1.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 일본 신화 2. 황천으로 내려간 이자나기
- 일본 신화 3. 아마테라스·쓰쿠요미·스사노오|일본 신화의 삼귀자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 일본 신화 4.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두 신은 왜 대결했을까?
- 일본 신화 5. 아마테라스와 아마노이와토|아마테라스는 왜 동굴에 숨어버렸을까?
- 일본 신화 6. 스사노오와 야마타노오로치|스사노오는 어떻게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렸을까?
관련 검색어
Ogetsuhime / Ōgetsuhime / Japanese mythology / Kojiki food goddess / Japanese food origin myth / Ukemochi / オオゲツヒメ / 大宜都比売神 / 古事記 オオゲツヒメ / 食物起源神話 / ウケモチ
참고 자료
- 《고사기》 상권 오오게쓰히메 대목
- 《일본서기》 권1 신대상 제5단 일서11 우케모치 대목
- 國學院大學 古典文化学事業, 古事記ビューアー「五穀の起源」
- 國學院大學 神名データベース「大宜都比売神」「神産巣日神」
- 谷和樹, 「『古事記』の穀物起源神話をめぐって」, 『国文学研究ノート』36, 2001, pp.1–12
- 谷口雅博, 「大気都比売神被殺神話(五穀の起源神話)の位置付け」, 『古事記學』4, 2018 관련 국학원대학 보주 해설
- B. H. Chamberlain, The Kojiki, 1882, 오오게쓰히메 대목
- W. G. Aston, Nihongi, 1896, Book I 우케모치 대목
- Michael Prager, “Half-Men, Tricksters and Dismembered Maidens: The Cosmological Transformation of Body and Society in Wemale Mythology,” L’Homme 174, 2005
- 정진희, 「처녀, 살해, 작물: <하이누웰레>의 ‘외부’ 담론과 신화적 논리」, 『구비문학연구』4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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