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나기의 검(草那芸之大刀 / 쿠사나기노타치)은 일본 신화(Japanese mythology / 日本神話)에서 가장 유명한 신검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사노오(Susanoo / 須佐之男命)가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린 뒤 그 꼬리에서 발견한 검으로, 이후 스사노오의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바뀝니다. 그는 이즈모에서 궁터를 찾고, 스가에 궁전을 세우며, 쿠시나다히메(Kushinadahime / 櫛名田比売)와의 후손 계보를 이어갑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모으는 여우 호월입니다.
오로치를 쓰러뜨린 영웅이 손에 넣은 신검, 쿠사나기의 검.
그런데 《고사기》(Kojiki / 古事記)의 스사노오는 그 검을 자신이 갖지 않았습니다.
스사노오는 이즈모에서 자신이 머물 궁터를 찾고, 구름이 솟는 스가에서 집을 세우고 노래를 남깁니다.
※ 쿠사나기의 검과 스가 궁전 후일담은 《고사기》와 《일본서기》 본문·일서, 이즈모 지역 자료에서 검 이름·헌상 이유·계보 등이 서로 다르게 전해집니다. 이번 이야기 본편은 712년 《고사기》 상권의 「八俣の大蛇退治②」 말미와 「須賀の宮①·②」를 중심 골격으로 삼습니다. 다른 판본의 사건은 본편에 합성하지 않고 필요한 차이만 짧은 이본 메모와 후반 해설에서 구분합니다. 원전에 없는 속죄 심리·사과 대사·감정은 사실처럼 만들지 않습니다.
오로치의 꼬리에서 나온 신검
스사노오가 어떻게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렸는지는 이전 글 일본 신화 6. 스사노오와 야마타노오로치 | 스사노오는 어떻게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렸을까? 에서 살펴봤습니다.
야시오리노사케에 취해 쓰러진 오로치를 베어 나가던 스사노오의 검이 가운데 꼬리에 이른 순간, 그가 사용하던 칼날이 상했습니다.
스사노오가 이상하게 여겨 그 꼬리를 찔러 가르자 그 안에서 한 자루의 검이 나왔습니다.
이어 《고사기》는 이 검을 쿠사나기의 검(草那芸之大刀 / 쿠사나기노타치)이라고 전합니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신검은 이렇게 오로치의 몸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신검은 왜 스사노오의 손에 남지 않았을까?
스사노오는 꼬리에서 나온 검을 살핀 후 신이한 물건이라고 여기고, 아마테라스에게 올렸습니다.
특별히 자신이 누이에게 사과의 의미나 속죄의 선물로 바쳤다는 심리묘사 같은 건《고사기》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이후 빠르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제 스사노오가 찾아야 할 것은 새로운 적이 아니라 자신이 머물 장소였습니다.
《일본서기》 본문은 이 검을 「초치검(草薙剣)」이라 하고, 본문 속 별전에서는 “본래 이름은 천총운검(天叢雲剣)”이었다고 전합니다. 또한 《일본서기》 본문은 “신검을 어찌 사사로이 지닐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이유를 직접 제시합니다. 이 설명은 《고사기》 본편에는 합치지 않습니다.

스사노오, 이즈모에서 궁터를 찾다
검을 아마테라스에게 올린 뒤, 스사노오는 이즈모에서 자신이 살아갈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땅을 찾아가던 스사노오는 한 장소에 이르렀는데 그곳이 스가(須賀)였습니다.
《고사기》에서 스사노오는 그 땅에 도착한 뒤 자신의 마음이 “스가스가시하다”고 말합니다.
맑고 상쾌하다는 느낌을 품은 말과 스가라는 지명이 서로 겹칩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궁을 세웠습니다.
※ 이것은 《고사기》가 전하는 텍스트 내부의 지명 유래 이야기입니다. 이 장면만으로 실제 지명 ‘스가(須賀)’의 역사적 어원이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름이 솟은 스가 궁전과 「야쿠모다쓰」
스가에서 궁을 세우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서 구름이 솟아올랐습니다.
스사노오는 그 모습을 보고 노래를 지었습니다.
八雲立つ 出雲八重垣 妻籠みに 八重垣作る その八重垣を
“겹겹의 구름이 이는 이즈모의 겹겹 울타리. 아내를 들이기 위해 겹겹 울타리를 만든다, 그 겹겹 울타리를.”
이 「야쿠모 다쓰(八雲立つ)」는 《고사기》에 수록된 노래 가운데 첫 번째입니다.
노래의 중심에 놓인 것은 자신이 쓰러뜨린 괴물도, 손에 넣었던 신검도 아닌, 아내와 울타리,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거처입니다.
오로치를 베던 칼의 장면 뒤에 아내를 위한 울타리를 노래하는 장면이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야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시나즈치, 스가 궁전의 수장이 되다
궁이 세워진 뒤, 스사노오는 쿠시나다히메의 아버지 아시나즈치(足名椎)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궁의 「首」를 맡겼는데, 오늘날 표현으로 옮기면 궁의 수장이나 책임자에 가까운 역할입니다.
아시나즈치는 여기서 새로운 이름도 받습니다.
「이나다노미야누시 스가노야쓰미미노카미(稲田宮主須賀之八耳神)」.
이름이 엄청 긴데요,
아무튼, 오로치에게 딸들을 잃어가던 노인은 이제 스가에 세워진 궁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고사기》는 이 장면을 길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야시마지누미에서 오쿠니누시로
이제 이야기는 전투와 궁전에서 혈통으로 넘어갑니다.
부부가 된 스사노오와 쿠시나다히메 사이에서는 야시마지누미(八嶋士奴美神)가 태어났습니다.
오로치를 쓰러뜨린 뒤 이어진 스사노오 중심의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됩니다.
그는 신검을 아마테라스에게 올렸고, 이즈모에서 궁을 세웠으며, 쿠시나다히메와의 가계는 여러 세대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이 등장합니다.
오쿠니누시(Ōkuninushi / 大国主神).
《고사기》에서 오쿠니누시는 스사노오와 쿠시나다히메의 아들이 아닙니다.
야시마지누미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후손으로, 이제 이야기의 중심은 새로운 세대로 넘어갑니다.
후일담
쿠사나기의 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검은 훗날 야마토타케루와 오와리·아쓰타 전승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신검이 됩니다.
다만 검이 어떻게 이동했고, 왜 다른 이름으로 불렸으며, 야마토타케루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는 별도의 글로 다룰 만큼 큰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스사노오의 손을 떠난 검이 훗날에도 계속 중요한 전승을 만든다는 사실만 남겨두겠습니다.
이야기 뒤의 쿠사나기의 검과 스가 궁전
하나의 고정된 이야기가 있는가?
앞에서 읽은 이야기는 《고사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러나 쿠사나기의 검과 스가 궁전은 하나의 문헌에만 남은 단일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712년의 《고사기》, 720년의 《일본서기》 본문과 여러 일서, 이즈모 지역 자료인 《이즈모국 풍토기》, 그리고 후대 문학사에서 이 노래를 받아들인 《고금와카집》 각각에서 다르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사기》 상권
이번 본편의 중심 자료입니다.
「八俣の大蛇退治②」 말미에는 꼬리 속 검의 발견, 「쿠사나기의 검(草那芸之大刀)」 표기, 아마테라스에게 검을 올리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須賀の宮①」에는 스가 도착, “스가스가시”라는 지명 유래 서사, 궁전 건설, 구름과 「야쿠모다쓰(八雲立つ)」 노래, 아시나즈치의 궁 수장 임명이 나오고,「須賀の宮②」에서는 스사노오와 쿠시나다히메의 아들 야시마지누미와 그 뒤 여러 세대를 거쳐 오쿠니누시로 이어지는 계보가 제시됩니다.
《일본서기》 권1 신대 상 제8단 본문·일서
《일본서기》 본문은 같은 신검을 「초치검(草薙剣)」이라 부르고, 본문 속 별전에는 “본래 이름은 천총운검(天叢雲剣)”이라는 전승이 덧붙습니다.
《고사기》가 스사노오의 내면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반면, 《일본서기》 본문은 신검을 사적으로 지닐 수 없기 때문에 천신에게 올린다는 이유를 말합니다.
계보 차이는 더 큰데, 《일본서기》 본문은 오쿠니누시를 가리키는 오나무치(大己貴神)를 스사노오와 쿠시나다히메(奇稲田姫)의 직접 아들로 두지만, 다른 일서들은 오쿠니누시까지 여러 세대를 거칩니다.
여기서 쿠시나다히메를 표기할 때, 櫛名田比売 를 쓰기도 하고 奇稲田姫 를 쓰기도 하는데 기록된 서적에 따라 표기가 다르게 나옵니다.
《이즈모국 풍토기》와 《고금와카집》의 후대 수용
《이즈모국 풍토기》에는 스가야마(須我山)나 스가노오가와(須我小川) 같은 지명과 스사노오가 거처를 만들고 머물렀다는 별도의 지역 전승이 남아 있습니다.
현대의 스가신사(須我神社)는 스사노오와 이나다히메의 궁터, 와카 발상지라는 지역 전승을 전하지만, 현존 신사 부지와 고대 신화의 궁터가 고고학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고사기》에서 야쿠모 다쓰(八雲立つ)는 수록 순서상 첫 노래이지만, 스사노오에서 31자 노래가 시작되었다는 문학사적 기원론은 10세기 초 《고금와카집》의 서문에서 뚜렷해집니다.
신검·스가 궁전·「야쿠모 다쓰」는 무엇을 의미할까?
천상에서 질서를 어지럽혀 추방된 신이 이즈모에서는 오로치를 제거한 뒤 거처를 세우고, 배우자와 함께 살 공간을 만들고, 장인을 궁의 운영 관계 안으로 들이며, 후손을 남깁니다.
《고사기》에서 스사노오의 서사가 파괴와 추방에서 정착·혼인·가계 형성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야쿠모 다쓰(八雲立つ)」가 전투의 승리보다 아내와 울타리를 노래한다는 점은 이 장면 전환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 연구나 해석에서 제시되는 관점
현대 연구에서는 스사노오의 노래를 옛 노래로만 보지 않고 《고사기》 전체 이야기 구조 속에서 혼인과 정착, 후대로 이어지는 기능적 맥락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다른 신화와 비교해 보면
괴물 퇴치 뒤 정착과 가계 형성으로 넘어가는 구조는 그리스의 카드모스 전승과 제한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카드모스 역시 괴물과의 싸움 뒤 도시와 가문을 세우는 쪽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스사노오 이야기의 신검 헌상, 스가 궁전, 「야쿠모 다쓰」 노래, 이즈모 계보 같은 요소가 그대로 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자료만으로 두 전승의 직접적인 문화 교류나 동일 기원을 말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포스팅
이전 이야기
스사노오가 어떻게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렸는지는,
이전 이야기 「일본 신화 6. 스사노오와 야마타노오로치 | 스사노오는 어떻게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렸을까?」에서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야기 — 오쿠니누시와 이나바의 흰 토끼
오쿠니누시.
이번 편에서는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지점까지만 따라왔습니다.
이제 이즈모 신화의 중심은 스사노오에서 그의 후손 오쿠니누시에게 넘어갑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오쿠니누시와 이나바의 흰 토끼 | 오쿠니누시는 왜 흰 토끼를 도왔을까?」를 살펴보겠습니다.
관련 검색어
Kusanagi sword / Kusanagi-no-Tsurugi / Susanoo / Amaterasu / Kushinadahime / Kojiki / Izumo mythology / Palace of Suga / Yakumo tatsu
草那芸之大刀 / 草薙剣 / 天叢雲剣 / 須佐之男命 / 天照大御神 / 櫛名田比売 / 須賀の宮 / 八雲立つ / 古事記
참고 자료
1차 자료
國學院大學 古典文化学事業, 《古事記》 「八俣の大蛇退治②」
國學院大學 古典文化学事業, 《古事記》 「須賀の宮①」
https://kojiki.kokugakuin.ac.jp/kojiki/%E9%A0%88%E8%B3%80%E3%81%AE%E5%AE%AE%E2%91%A0/
國學院大學 古典文化学事業, 《古事記》 「須賀の宮②」
https://kojiki.kokugakuin.ac.jp/kojiki/%E9%A0%88%E8%B3%80%E3%81%AE%E5%AE%AE%E2%91%A1/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넷, 《日本書紀》 권1 신대 상 제8단 본문 및 관련 일서
https://contents.nahf.or.kr/item/level.do?levelId=ns.k_0001_0080_0010
島根県, 《出雲国風土記》 관련 자료
https://www.pref.shimane.lg.jp/life/bunka/bunkazai/izumo_fuudo/fudoki/izumofudoki.html
国文学研究資料館, 《古今和歌集》 관련 해설
https://www.nijl.ac.jp/etenji/bungakushi/contents/detail/detail02-02_003.html
2차 자료
박미경, 「스사노오(須佐之男)의 노래 再考」, 《인문학연구》 42(4), 2012, 313-333.
國學院大學 《古事記》 「須賀の宮①」 주석 및 관련 신명 데이터베이스.
'일본의 신화와 전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 신화 6. 스사노오와 야마타노오로치 | 스사노오는 어떻게 야마타노오로치를 쓰러뜨렸을까? (0) | 2026.09.14 |
|---|---|
| 일본 신화 외전 1. 오오게쓰히메 | 음식의 여신이 죽자 왜 곡물이 태어났을까? (0) | 2026.09.12 |
| 일본 신화 5. 아마테라스와 아마노이와토 | 아마테라스는 왜 동굴에 숨어버렸을까? (0) | 2026.09.07 |
| 일본 신화 4.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 | 두 신은 왜 대결했을까? (0) | 2026.08.31 |
| 일본 신화 3. 아마테라스·쓰쿠요미·스사노오 | 일본 신화의 삼귀자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0) | 2026.08.24 |